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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Apr 16. 2020

제주를 떠날 겁니다

네, 저 씨리어스해요

 정착하지 않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정착을 꿈꾼다. 지난 오 년간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어느 곳 하나 정착하지 못했다. 그런 탓에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이 참 많다. 제주대학교 입학식 날 부모님이 건넨 꽃다발이 떠오르는데 이제 곧 졸업이다. 4년간 나를 괴롭힌 질문이 하나 있다.'졸업 후 서울로 돌아갈 것인가? 제주에 남을 것인가?'

 

 결정했다. 나는 서울로 돌아간다.

 

 처음 내렸던 결정은 서울이나 제주가 아니었다. 해외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해외는 커녕 전염병으로 집 앞에도 편히 못 나간다. 꿈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택했다.

 

 서울로 돌아갈 준비 중이다. 아직 짐 정리를 하지 않으니 정확하게는 마음의 준비라고 하는 게 맞겠다. 서울로 돌아가는 이유는 제주가 나쁘고 서울이 좋아서가 아니다. 현실적인 이유다. 나는 이 넓디넓은 섬에 발 뻗고 누워 잘 집이 없다. 서울에 떡하니 자리 잡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는 게 경제적이다. 제주에 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집뿐만이 아니다. 자가용도 필요하다. 학생 때는 친구들 차를 얻어 타는 일이 많았지만 졸업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아직 만으로 스물 넷이니 자가용을 갖기엔 보험비가 어마어마하다.

 

 서울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후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까? 바다를 보지 않고 살 수가 있단 말인가? 자연을 찬양하던 나는 도시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글쎄, 이제 서울에 친구도 별로 없고. 인간관계도 새로 만들어야겠지. 그러다 보면 조금은 더 트렌디한 사람이 되려나. 원하던 취미도 하겠고. 제주에는 없던 글쓰기 모임에도 나가면 좋겠다. 제주를 잊을 만큼 서울이 즐거우려나.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스럽다. 해외도 아니고 서울로 가는 건데 나는 도대체 무얼 그리도 걱정하는 걸까. 제주에 와서 인생 2막이 열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3막이 시작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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