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롭지 않은 한국엄마의 학교 생활
아가아가할 때 데리고 온 아이들이 벌써 Primary에서 Senior, Junior 팀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 둘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며 좌충우돌했던 시트콤 같은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혹시나 나처럼 실수하는 엄마가 없길 바라는 마음 반, 뉴질랜드 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 반이다.
쉬운 알파벳 몇 글자만 알던 딸이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다. 아이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의 첫 사회생활이라니... 첫날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서는 친구들이 노는 것을 구경했다. Mat time(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에는 같이 앉아 이야기를 듣거나 노래를 불렀다. 다행히 한국 아이들이 2명이 더 있었기에 그 친구들과 한국말로 놀고, 영어도 배우며 적응해 갔다.
유치원을 다니기 전에 미리 연락하고 방문해 볼 수 있다. 그곳을 둘러보며 분위기도 보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한 곳을 골라 다니면 된다.
Episode> 몇 개월이 지났을까, 선생님 한 분이 그만두게 돼서 송별회를 하게 됐다. 학부모들이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 가는 시스템이었다.
무슨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인터넷을 한참 서칭한 후 플레이트에 카나페를 2~3 종류 만들어갔는데, 내가 준비한 양이 너무 적었고, 그런 음식을 즐겨 먹지는 않더라. 보통 초밥, 컵케이크, 칩스 등을 준비해 왔다. 슬프게도 내 플레이트만 마지막까지 음식이 남아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곳 학교는 만 5세 생일 지나면 학교에 개별 입학을 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학년이 Y0 (Year zero)이다.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체격도 제일 작고, 유니폼은 제일 크다. 유니폼은 학교별로 다른 디자인을 입는데 반바지에 반스타킹을 신거나, 긴바지, 원피스를 입는다. 체육시간에는 PE(Physical Educayion) Gear로 갈아입는데 보통 반팔, 반바지를 입는다.
Episode> 비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됐다. 학교 엄마들에게 겨울 PE gear는 뭐냐고 물어봤는데 글쎄 그 똑같은 반팔, 반바지를 4 개절 내내 입는단다!
이렇게 추운데? 그러다 감기 걸리겠는데?
겨울에도 얇은 반팔, 반바지에 운동장을 뛰어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괜찮다. 집에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된다. 좀 춥게 커도 괜찮더라.
딸이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영어도 완벽하지 않았을뿐더러 낯선 환경에 무척이나 힘들어했었다. 교실에 한국 아이도 없어 더 불안했던 것 같다. 몇 개월을 엉엉 울며 등교를 했고, 그걸 지켜보는 나와 남편도 마음도 좋지만은 않았다. 우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가 힘들어하는 건 아닌지...
Episode> 그 기간 동안 교감선생님이 우리 아이와 손잡고 운동장을 산책하며 낯선 시간을 함께 보내 주었고, 학교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마다 한국 아이들을(전교에서 5~6명 정도 있었던 듯하다.) 우리 아이반으로 보내 어울리는 시간을 갖게 해 줬다.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학교에 적응을 했다. 뉴질랜드 문화에 놀라고, 학교에 감사한 시기였다. 지금은? 반에 한국친구가 없어도 괜찮다. 다 똑같은 친구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잘 지낸다.
Donation(후원금)
학교 운영비 지원을 위해 사립, 공립 할 것 없이 Donation을 자주 한다. 다양한 행사가 있지만,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보통 Sausage Sizze(소시지핫도그) 판매. Disco Party. 1년에 한 번 마켓을 크게 열어 돈을 모은다. 이번 겨울에는 오클랜드에 위치한 Middlemore Hospital 병실에 보내기 위해 털실 뜨기를 진행했다. 각자 정해진 사이즈에 맞춰 정사각형으로 실을 떠오면 그것을 엮어 커다란 blanket 담요를 만든다.
요즘 나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줄 때 용돈 NZ$1, 도네이션 NZ$1 이렇게 나눠서 주고, 모으고 있다.
Parent, Teacher and Student Conference(학부모 상담)
우리 학교는 1년에 두 번 콘퍼런스가 있다.
첫 번째 콘퍼런스는 학기 초에 시작한다. 그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아이 성향이나 기질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그리고 개별 목표를 정한다. 개별 목표는 School Values(Resilience, respect,,,)에 맞춰 선생님, 학부모, 학생이 같이 이야기하고 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이끌어주고, 부모님이 집에서 이끌어주고, 아이가 노력하는 것이다.
두 번째 콘퍼런스는 Term3 중반에 한다. 성적(English reading, writing, Math)은 기다란 밴드로 표시되는데 우리 아이 성적이 학년별 밴드 안에 들어가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선행 학습은 개인적인 선택이고, 밴드 밖을 벗어날 만큼 뒤쳐지면 학교에서 부모에게 따로 연락을 한다.)
Episode> 첫째가 막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다 잘하고 있다.’라는 선생님 말씀에
다 잘한다고?
어떻게 잘하고 있는 거지?
성적표는 없나?
몇 명 중에 몇 등인지 안 알려줄 거면 상. 중. 하. 라도 알려주지...
한국 엄마의 아주 한국적인 마인드로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였던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이 나라는 큰 문제만 없으면 잘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럼 그냥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된다. 학교 엄마들 말로는 성적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선생님이 직접 연락해서 문제를 얘기한다고 했다.
House Colour
해리포터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나라 학교도 House colour를 가지고 있다.(없는 학교도 있음)
보통 Yellow, Red, Green, Blue 4가지 컬러로 나뉜다. 역사 깊은 학교가 많은 이곳은 부모가 이 학교를 다녔을 적 하우스 컬러가 노란색이었으면 아이들도 노란색으로 선택된다. 친척이어도 같은 컬러로 선택된다. 하우스컬러 별로 대항도 하고, 게임도 한다. 매 텀별로 House Colour Day가 있어서 유니폼 대신 그 색깔의 옷을 입고 간다.
Episode> 첫째가 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나는 그 당시 하우스컬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어느 날 아침, 등교준비에 정신이 없는데 아이 친구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하우스 컬러 데이라고, 무슨 색 입히는지 아냐고.
하우스컬러? 그게 뭔데? 뭐 하는 거야?
이곳에서 학교를 졸업한 친구 엄마는 컬러만 물어보려고 나에게 연락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설명을 해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아침이라 바쁜지 학교 오피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 우왕좌왕하는데 딸아이가 작게 말했다. ‘나 노란색인 것 같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는 컬러를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우스컬러라는 게 뭔지 몰랐던 딸이 한 귀로 흘리고 잊고 있다가 기억이 난 것이었다. 다행히 노란색을 맞춰 입고 보냈다. 지금은? 하우스컬러데이임을 까먹고 유니폼 입히고 보내기도 한다.
학교 생활을 이야기하다 보니 예상보다 글이 길어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다양한 사건 사고도 더 얘기하고 싶다. 곧 이곳에 아이들 유학 보내려는 친구에게 수다 떨 듯이.
그리고 글을 적다 보니 내 생각도 많이 바뀐 것을 알게 됐다. 이 나라에서는 여전히, 아주 한국적인 한국엄마로 보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