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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의 면접타임!

1. 남편말 번역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내가 그 2시간 때문에 일을 쉬어야 돼?"



며칠 전, 남편이 나에게 던진 말.

오늘은 이 문장을 번역해 볼까 한다.




코로나 이후로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열이 났다. 감기인지 변종 코로나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학교를 못 갔다. 이번에도 아이 둘 다 미열이 나서 약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날, CV를 낸 회사에서 인터뷰를 보자고 연락이 왔다.

이 번에도 ‘애 볼래? 일할래?’라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내일 당신 쉬면 안 되겠지?”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도 갑작스러운 독감으로 이틀을 쉬고 출근했다. 다행히 Sick leave라는 병가 시스템이 있어서 처리는 가능했지만 말이다.

“인터뷰에 애들 데려가면 안 돼?” 남편이 말했다.


‘헉, 이 사람 인터뷰가 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2시간 정도 트라이얼도 해야 하는데…!’

나는 한숨 대신 마른침을 삼켰다.

“안 되지. 2시간 트라이얼 하는데 애들을 어떻게 데려가.”
짧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은 이미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그 2시간 때문에 일을 쉬어야 돼?”


그 말 이후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찌르는 듯 화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였든, 내 머릿속에는 서운함과 아쉬움이 몰려왔다. 겨우 잡은 취업 기회를 놓칠까 봐 조급한 마음을 누르며, 육아와 취업 사이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다행히 다음 날, 아이들은 회복되어 학교에 갔다. 그래도 혹시나 트라이얼 중 학교에서 전화가 올까 봐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걱정 반, 긴장 반으로 가득 찼던 2시간가량의 인터뷰와 트라이얼을 무사히 마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슷한 경력을 살려 눈치껏 요령껏 잘 해냈다.

그러나 결과는 워킹홀리데이 학생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 것이었다.
기운이 빠졌다.

친구가 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아이들이 열이 나면서 몸으로 이야기하는 거잖아. 엄마가 옆에 있어달라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올해는 좀 쉬어보는 건 어때?”

친구의 조언은 따뜻했지만, 남편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도 내가 집에 있길 바라서 그렇게 말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취업하는 데 있어 문제없게 하라는 의미였을까?

한번 이야기해 봐야겠다.
남편의 대답이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그래도 솔직한 대화는 필요하다.


서로 다른 관점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면 마음은 훨씬 더 가까워진다.


번역 결과

“내가 지난주에 며칠 쉬어서 회사 일정에 부담이 될 것 같은데, 아이들을 약 먹이고 보내거나 인터뷰 일정을 조정해 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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