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먼저 이 ‘9년째 책 육아 중입니다.’ 연재에 나오는 책 이름, 브랜드, 회사, 작가 등 협찬이나 광고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은 저녁 8시 반이 넘으면 잘 준비를 마치고, 한글 책을 한 권 골라 내 침대로 올라온다. 나는 하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한글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기 시작한다.
영어 책 보는 일이 더 자연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한글책도 자연스럽게 다독했으면 하는 마음에 요즘은 아이들과 몇 문장씩 나눠 읽기도 한다. 내년(10년째)을 마지막으로 엄마의 책육아는 끝이 나기 때문이다.
"어제저녁에 애들이랑 책을 읽다가... 주절주절.."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대화 중이었다.
"아직도 애들이랑 책 보고, 읽어줘?" 지인이 놀라며 묻는다.
"네. 요즘에도 같이 봐요."
"내가 5년 읽어주고 끝내면서도 길다 생각했는데, 대단하네~"
이게... 대단... 하다고?
내가 좀 길게 읽어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게 대단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잠 자기 전 양치하는 정도의 습관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그 정도로 무던했으니 주변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몇 없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공부 잘하길 바라서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다. 똑똑해지길 바라서 하는 행동도 아니다. 내가 유별난 엄마여서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홍진경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딸이 책을 실컷 봤으면 좋겠어. 매 순간이 선택인데, 글을 많이 읽으면 조금이라도 선택을 잘하게 돼"라는 것처럼 멋진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누구나 육아에 있어 생각하는 방향은 다르겠지만, 내가 책 육아를 시작한 것은 내성적인 우리 아이에게 집에서도 많은 '경험'을 알려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때로는 나와 너무 같아서, 때로는 나와 너무 달라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직접 경험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간접 경험을 통해 세상은 두렵지 않다는 것을,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단지 ‘경험’ 하나만 보고 시작했다가 습관이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두 달 후면 내가 책을 읽어준 지 10년째가 된다. 그동안 책 육아가 우리 아이에게 얼마나 큰 경험이 되고, 세상을 알려줬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책을 봐야 한다고 강요한 적은 물론 없거니와 같이 웃고, 같이 울먹이며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단지 아직까지 종이 책을 좋아하고, 엄마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는 아이와의 이 순간을 조금 더 길게 연장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춘기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사랑'이라고 아이도 한 번쯤은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고백해 보지만,
어쩌면... 엄마인 ‘내’가 우리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