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는 드넓게 펼쳐진 밀밭 위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바람과 햇살에 반짝이는 들판, 그리고 푸릇한 내음이 가득한 곳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낭만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마을이라는 부제목을 가진 <치비타 디 반뇨레조>였다. 그것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절벽 위에 세워진 작은 마을은 다리 하나로만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고 시간이 멈춘 요새 같았다. 고요하고 단단한 그 풍경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100년 뒤에는 사라지고 없을 거라고 했다. 그 아름다움에 비례하여 현재에도 침식이 계속되어 죽어가는 도시라는 게 더 아쉽게 느껴졌다.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며 사는 모습을 힐끗 볼 수 있어 좋았다. 곳곳에 아기자기 꾸며 놓은 정원이나 돌계단을 보면서 전통을 지키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더하는 이곳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몬테풀치아노>로 이동했다. 1200년대부터 와인을 숙성시켜 온 칸티나 가타베키(Cantina Gattavecchi)에서 식사를 했다. 어둡고 시원한 와인 저장고엔 나무 배럴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돌 아치로 이뤄진 벽면엔 세월이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우리는 식사로 스테이크와 파스타, 라자냐를 주문했다. 와이너리답게 와인을 세 가지 골라 맛볼 수 있는 상품이 있었다. 묵직한 와인이 음식과도 너무 잘 어울렸다.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품고 살아온 땅과 태양과 오랜 손길의 결실이라는 것에 동감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인생샷을 찍으러 이동했다.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물결을 한참을 이동했다. 드디어 누군가의 여행사진에서 많이 보던 눈에 익은 장소가 나타났다. 단연 토스카나의 하이라이트는 긴 사이프러스 나무 길이었다.
나는 유난히도 많은 사진을 찍었고 또 유난히도 많은 순간을 눈으로 담아두었다. 초록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음의 증거였고 나 또한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기쁨을 온몸으로 느꼈다.
토스카나는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걷게 된다면 그때도 오늘처럼 따뜻한 바람이 내 어깨를 감싸주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 여정을 끝내고 피렌체에 도착했다.
이날의 하루는 눈으로 보는 풍경보다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감정들이 더 선명하게 남았다.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둘러볼래?' 풍경이 말을 걸어왔다.
마음의 창을 활짝 열면 비로소 여행은 풍경을 지나는 일이 아닌 삶을 더하는 일이 된다.
토스카나는 그렇게 내 삶의 한 줄기를 더 깊고 짙게 물들였다.
그날의 하늘은 높고 바람은 유연했으며 내 마음은 조용히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