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반 통씩 붙잡고 먹었습니다. 수박 한 통이 저와 언니의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수박 농사를 하셔서 부담 없이 수박을 먹었습니다. 매일 반 통씩 먹었던 수박입니다. 당연히 참외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참외를 깎아 입에 넣어주셔야 한입 베어 뭅니다. 밍밍한 참외는 인기가 없었지요. 여름 과일은 수박이었습니다.
지금 수박은 잘 안 사게 됩니다. 너무 달기만 한 수박은 맛도 부담, 크기도 부담입니다. 크기도 적당하고 맛도 적당한 참외가 좋습니다. 그때는 참외의 달콤하고 아삭한 맛을 왜 몰랐을까요? 여름 과일은 참외입니다.
참외의 맛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점점 맛의 깊은 맛을 알아가게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참외 맛을 안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 들면 꽃이 좋아진다' 다들 들어보셨지요. 저뿐 아니라 친구들의 배경사진에도 다들 꽃 사진입니다. 신기합니다.
저의 카톡사진도 수국입니다.
나이가 들면 꽃이 왜 좋아지기 시작할까요? 이동우 시인은 "젊은 시절에는 자기 안의 변화가 너무 스펙터클 해서 밖을 볼 새가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 그 변화들이 잦아들고 바깥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직 철이 들기 전은 자신에 집중하다 보니 주위의 것들이 안 보이는 것이겠지요. 못 보는 것이겠지요. 마음도 크고, 키도 크고 말입니다. 학교도 다녀야 하고 친구도 사귀어야 말입니다. 경제적 독립도 해야 하고 정신적 독립도 해야 합니다. 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주위의 것들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참외 맛을 알게 되고, 꽃이 좋아지니 알게 됩니다. 나만 보던 세상에서 주위의 것들을 살펴보는 여유가 참 좋다. 시간이 참 좋다. 지금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