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로포인트의 시작점이
여의나루역 2번 출구라는 사실이 조금 신기했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GPS를 맞추고 시작한다는 것이
낯설면서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출구를 나서자
아침의 도시는 이미 분주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차들은 쉼 없이 지나갔다.
그 사이에서 등산복 차림으로 걷는 내 모습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출발 인식을 마쳤으니
이제는 걸어가는 것뿐이었다.
남산은 서울에서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높이도 부담스럽지 않고
누구나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길이 많다.
그래서인지 제로포인트 서울 5 산의 첫 산이
남산이라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자연스럽다.
처음부터 크게 마음을 다진 것은 아니었다.
그냥 몸을 가볍게 푸는 느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이었다.
보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남산타워가 멀리 보였다.
늘 멀리서만 보던 풍경이지만
오늘은 그곳이 ‘도착점’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남산 초입까지는
도심의 골목과 포장도로가 이어졌고
등산로에 들어서야 비로소
발밑에서 흙의 감촉이 느껴졌다.
바람도 달라졌다.
도시의 소음은 조금씩 멀어지고
내 걸음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다.
남산은 높지 않지만
도시의 길과 산의 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한라산처럼 큰 숨을 몰아쉴 필요도 없고
지리산처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도 없다.
편안하게, 꾸준히 올라가면 되는 산.
그 편안함이
이 도전의 첫 단추를 끼우기에 참 좋았다.
어느 순간
내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가벼웠고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풍경은
도시와 산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남산이 주는 고요함은
생각보다 깊었다.
정상 부근에 도착했을 때
아름다운 가을날,맘껏 누렸다.
“아… 나 이거 계속할 수 있겠다.”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걸음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산에서 내려오는 길,
다음 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인왕산은 어떤 느낌일까?’
서울 제로포인트 5 산의 첫 단추는
그렇게 조용하게,
자연스럽게 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