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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지 Oct 13. 2022

“다정한 도구로 일상을 채워나가기”

일상을 돌보는 툴킷 ‘라이프컬러링’ 유보라 대표

1)이름 : 유보라
2)프로필  :  일상을 단단하게 만들고 다정하게 가꾸는 ‘라이프컬러리스트’. 인터파크 마케터로 일하다가 퇴사 후 번아웃과 무기력에 빠져 있던 때, 우연히 알게 된 예술가들의 루틴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어 일상의 시각화하는 도구 ‘라이프컬러링’을 개발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워크숍, 기업체 강의 등 다양한 라이프컬러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을 돕고 있으며, 일상과 루틴, 휴식과 자기돌봄 영역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3)직업 : 라이프컬러리스트, ‘라이프컬러링’ 대표
4)대표 저서  :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
5)홈페이지 : https://www.lifecoloring.me
6)SNS
인스타그램
-유보라 대표 : https://www.instagram.com/chloeyoo/(1.1만명)
-라이프컬러링 :  https://www.instagram.com/lifecoloring_official/(906명)
브런치 : https://brunch.co.kr/@borayoo(130명)




“다정한 도구로 일상을 채워나가기

일상을 돌보는 툴킷 ‘라이프컬러링’ 유보라 대표



무기력의 터널을 지나가다가 발견한 반짝거리는 그 ‘무엇’

올해 6월에는 몇 건의 크고 작은 외부 활동이 있었다.  6월 초 서울국제도서전이 팬데믹을 거쳐 2년 만에 코엑스에서 재개되어 첫 번째 에세이집인 <어떤, 소라>의 출판사 부스를 반나절 동안 지키며 출판사의 애독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코엑스를 떠나기 전 국제도서전에 참여한 옛 회사인 아침달 부스를 찾아가 여전히 회사의 메인 디자이너로 성실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동료와 조우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탓에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맞잡은 '손', 여전한 ‘눈빛’, 따스한 ‘목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반갑게 확인했다.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해내는 그와 근황을 나누며 아침달 전시 부스를 빼곡히 메운 출간 도서 중 이수명 시인의 산문집 <나는 칠성 슈퍼를 보았다>와 고민형 시인의 시집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을 구매했다. 헤어질 때 그는 국제도서전 용으로 제작한 어여쁜 굿즈를 잔뜩 안겨주었다. 다정한 작별 인사도 빼먹지 않았기에, 용기를 내 다녀온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두고두고 생각했다.


국제도서전에서 구입한 아니 에르노 <사건>, 아거 <어떤, 인간>, 고민형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 이수명 <나는 칠성슈퍼를 보았다>@류예지


그다음 주말에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한 독립출판 북 마켓인 싱얼롱페이퍼에 참가했다. 단 하루였지만 인터뷰집을 출간하며 소량으로 제작해 지역 책방에 배포했던 증정용 엽서와 책갈피를 추가 주문했다. 그날 마켓에서는 총 세 권의 책을 판매했다. 인터뷰집 <내가 딛고 선 자리>의 재고분, (출판사의 양해를 구해) 에세이집 <어떤, 소라>,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를. 오랜만에 마켓을 꾸리게 됐다는 소식에 가족과 친구들은 ‘완판’을 거듭 외쳤지만, 기대만큼 책이 판매되지는 않았다. 그날의 예기치 못한 수확이라면 에세이집을 한 두권 판매한 것에 비해,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인터뷰집 재고분 15부를 완판 했다는 것이다. 부스를 오픈한 지 얼마 안 돼 인천 근대화거리의 문학서점인 ‘문학소매점’ 대표 님이 찾아와 5부를 입고해주었고, 오후에는 행사의 인문학 특강에 강연자로 초청된 김소연 시인이 우연히 부스를 방문했다가 인터뷰집을 구매해주었다.


싱얼롱페이퍼 북 마켓 당일. 테이블을 세팅한 후 부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류예지


행사가 끝난 후 뜻밖의 이벤트에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이상한 감정은 그 후에 찾아왔다. 국제도서전, 북마켓을 거치며 오랜만에 외부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에너지를 한껏 수혈하고 돌아온 만큼, 이제야 말로 뭔가 새로운 글을 써봐도 좋으리란 생각을 했던 그 시점부터였다. 무기력이었다. 돌이켜보니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 나는 자주 무기력해졌다.  늦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고 싶어 허울 좋은 프리랜서 출판 기획자를 선언했지만 무한대로 펼쳐진 시간 앞에 종종 길을 잃고 허정거리기 일쑤였다.


프리랜서 초창기부터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만들었던 것은 자칫 목표 없이 흘러가버릴지도 모를 시간을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서였다. 공간만 집이었을 뿐, 성실한 회사원 모드로 글을 썼다.  잘 써지는 날보다는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지만, 별달리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을 ‘써지지 않아 속상한 마음’과 다투는 데 쓰고 싶지 않아서였다. ‘써지지 않는 마음 상태’에 이름을 붙여 ‘유별나게’ 절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썼다. 다행인 건 쓰고 싶은 게 ‘있었다’는 것. 그러는 사이, 한 권의 인터뷰집에 두 권의 에세이집이 추가되었고, 비로소 ‘출간’ 작가로 불리게 되었다. 이따금 책을 매게로 드라마틱한 일들이 찾아오리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출간 작가’ 일뿐이다. 서울국제도서전과 북마켓이라는 크고 작은 ‘북 페스티벌’을 거친 끝에 다시 한번 깨달은 명확한 사실 한 가지는,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 밖에 비켜 선 그저 작고 작은 ‘작가’ 일뿐이라는 것.  갑자기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았고, 보무당당하게 써보리라 마음먹었던 새로운 이야기마저도 하찮아 보였다. 글의 쓸모없음이 글 쓰는 사람의 쓸모없음으로 이어졌다. 무기력한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어영부영 하반기를 흘려보내겠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이토록 무기력해지는 이유를 찾아내어 극복하고 싶었다. 무기력이라는 구멍 속으로 빠져든 것은, 사고처럼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무기력은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 이따금 뜬금없는 얼굴로 찾아왔으니까. ‘덜컥’보다는 ‘스멀스멀’이라는 부사에 더 어울리는 표정으로, 내 속에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 멀쩡한 일상을 함부로 망가뜨렸다. 다행히 멀지 않아, ‘무기력’의 이유를 찾게 되었다.  저명한 상담가에게 상담을 받은 것도, 똑똑한 인생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왜 하필 국제도서전과 싱얼롱페이퍼 이후였을까?'


거대한 코엑스몰의 출판사 부스에 섰을 때, 마켓 테이블에 진열된 책을 들추다가 총총 사라지는 독자들을 만났을 때, 맨 처음 느낀 감정은 무조건적인 ‘설렘’과 ‘반가움’이었다. 그 설렘과 반가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두려움’과 ‘민망함’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나와 나의 책 사이에 존재하는 머나먼 ‘거리감’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에게 나란 사람은 진열된 ‘책’보다도 존재감이 미약한 ‘작가’ 일뿐이었다. 독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그럴듯하게 증명할 길 없는 작가라는 사실에 슬픔을 느꼈다.  소속에 집착하지 않았지만 나 자신을 또렷하게 증명해야 할 프리랜서 작가로서 ‘브랜딩’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자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그것이 여름 내내 앓았던 무기력의 원인이었다.


나와 다르지 않은 타인의 삶에서 위로를 얻다

기록상점에서 구입한 라이프컬러링의 ‘컬러루틴키트’  @류예지



라이프컬러링의 유보라 대표 역시 프리랜서로 선언한 후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인터파크 투어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바쁜 직장인으로 살았던 그는 회사를 그만둔 후 대책 없이 찾아온 자유로운 시간 앞에 ‘무기력’해졌다. 오랜만에 산책을 하고 돌아온 날,  하루 걸음 수가 ‘7’밖에 되지 않는 사실에 가슴이 쿵 하며 가라앉은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호기롭게 퇴사를 한 만큼 무엇이든 가능케 할 ‘시간’을 얻었음에도, 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던 그는 ‘무기력’ 외에도 다양한 심리적/육체적 압박을 받았다. 몇 보 움직이지 않은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면증, 지속되는 통증과 부기, (사회적 세팅을 한 날을 제외하고는) 늘 뭔가 위축되는 마음이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던 그는 차트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예술가들의 하루가 고스란히 표기된 차트로  무라카미 하루키, 토마스 만, 빅토르 위고  등 현존하는 혹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가에서부터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미술가, 루트윅 반 베토벤과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등의 음악가들의 하루가 총망라되었다.  이후에 예술가, 철학가 등 100여 명의 루틴이 간결하게 정리된  메이슨 커리의 <리추얼>을 접하게 되면서 유보라 대표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타인의 하루는 이렇듯 흥미롭게 관찰하면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나에게 단 한 번이라도 왜 게으른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다정히 물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다그치기만 하느라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던 유보라 대표는 멀리 있는 성과가 아닌 당장의 나다운 하루, 내가 원하는 한 조각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깨달으며, 하루의 루틴을 찾기 위해 애써온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새로운 영감으로 받아들인다. 유명한 예술가조차 매일매일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는, 오랜 시간 자신을 들여다보고, 게으름과 사투하고, 스스로를 옥죄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유보라 대표는 자신의 관심사를 어떤 식으로든 ‘밖’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라이프컬러링은 이렇듯 유보라 대표가 자신 안의 ‘무기력’을 다정하게 응시하고 적극적으로 밖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일상의 회복을 돕는 다정한 툴킷, 라이프컬러링

유보라 대표는 궁금했다. ‘내 하루는 어떨까?’, ‘나에게도 ‘루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활 패턴이 있을까?’ 그려보고 싶었고, 채워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엑셀로 조악하게 만든 낱장의 차트였다. 유 대표는 스스로를 ‘프로 엑셀러’로 부를 정도로 그 과정에 공을 들였다. 컬러를 지정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자신이 한 일을 빼곡히 기록하고 채워나가다 보니, 그렇게도 보이지 않던 자신과 흘려보내기에 급급했던 하루가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유보라 대표에게 자신의 하루가 이런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기록이라는 형태로 정돈되었다. 뭉뚱그려서 흘러가는 시간의 총합으로서의 하루가 아닌 '나를 나이게 하는 시간', '잠깐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 '내내 에너지가 소진되는 시간',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시간'이란 구체적으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시간'의 총합으로서의 하루 말이다.


상품화 되기 전의 ‘수집의 도구’ 노트 가제본 @류예지


일주일의 생활이 담긴 루틴지는 건강검진 결과지처럼 정확하게 자신을 진단하거나 판단하는 기록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컬러로 자신의 하루가 어떤 시간으로 채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루틴을 그리는 일이 루틴이 된 유보라 대표는 일주일의 생활을 기록한 라이프컬러링에 ‘일주일을 사는 나의 모습을 공들여 바라보는 것. 라이프컬러링은 이런 시도를 도와주는 다정한 친구’라는 정의를 내려준 후, 이 경험을 나누고픈 마음에 소규모 워크숍을 열게 된다. 이때가 ‘라이프컬러링’을 조금씩 ‘브랜드화’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처음에는 이 워크숍에 가족과 친구들이 투입되었지만, 차차 친구의 친구들과 지인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얼굴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300여 명이라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 유 대표는 단골 서점, 카페 등지를 돌며 워크숍을 진행하던 일명 ‘프로 보부상’ 시절을 지나 이제는 기업, 관공서와 정돈된 형태의 워크숍을 통해 ‘라이프컬러링’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기회를 갖고 있다.


유보라 대표의 다양한 실험 정신이 엿보이는 낱장의 툴킷. @류예지


나의 약점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컬러루틴키트로 나의 지난 일주일을 채색했던 시간. @류예지


유보라 대표는 처음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갖고 ‘라이프컬러링’ 작업에 임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무기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만큼,  타인의 무기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따름이다. 라이프컬러링이 브랜드로서 전환의 기회를 맞이한 것은,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박유진을 만나 엑셀 파일로 만들었던 낱장의 작업물들을 ‘자아발견 라이프컬러링 툴킷’으로 명명하며 상품화하면서부터였다. 박유진 디자이너는 원래 IT 기업에서 BX 디자이너로 일하며 틈틈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명상을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 ‘왈이의 마음단련장’의 마음단련 노트를 인상적으로 본 유보라 대표는, 그 노트를 디자인한 박유진 디자이너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유 대표를 통해 ‘라이프컬러링’을 접한 후 현재는 라이프컬러링을 운영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이자, 라이프컬러링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협업 파트너가 되었다.


두 사람은 1,2차에 걸쳐 텀블벅 펀딩을 통해 ‘컬러루틴키트’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1시즌 물량을 전량 판매했음은 물론  1 시즌 상품을 보완해 만든 컬러루틴키트 2시즌을 제작, 판매하는 중이다. 1년 반 전, 연남동의 기록상점에 입주한 후 라이프컬러링은 브랜드로서 갖춰야 할 외적 요소까지 꽉꽉 채워가며 ‘일상을 다루는 다정한 도구’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빌드업하고 있다.  컬러루틴키트 1,2 시즌 론칭 이후에도 꾸준히 ‘휴식’이라는 화두로 다양한 프로그램 및 콘텐츠를 개발해온 유 대표는 박 디자이너와 함께 올해 6월에도 누구나 쉽게 자신에게 꼭 맞는 휴식법을 탐색할 수 있는 ‘휴식수집가 보드게임’을 론칭했다. 무엇보다 루틴 노트에 일상을 기록/채색을 하는 데서 한 단계 벗어나 게임의 형태로서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휴식하는 법을 알아갈 수 있도록 기획하고 발전시켜 나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얼마 전, 연남동의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에서 진행한 라이프컬러링 북토크에 다녀왔다. 기록상점 4층의 라운지에서 진행된 북토크를 인상적으로 들은 후, 2층의 쇼룸으로 내려가 컬러루틴키트와 2021년 3월에 출간한 유보라 대표의 저서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를 함께 구매했다. 사인을 받으며 유보라 대표, 박유진 디자이너와 함께 스몰토크를 잠시 나누었다. 그날 저녁 북토크에서 톺아본 모든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수록된 이 책을 한 홉에 읽고, 책 조차도 한 권의 브랜드 스토리를 일목요연하게 담아낸 흥미로운 ‘툴킷’으로 제작했구나 싶어 새삼 감탄했다.


툴킷도 툴킷이었지만, 내 마음을 움직인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점’이 아닌 ‘결핍’에서 찾아냈다는 것. 그 결핍이 자신 안의 강점을 발견하는 일보다 결핍을 더 쉽게 알아채는 데 익숙한 지금의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큰 지는 유보라 대표조차도 감히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소규모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당장의 한 달 치 공간 임대료와 협업 파트너에게 지불해야 할 페이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내/외적 상황 속에서도 건넬 수 있는 확신에 찬 한 마디는 내내 기억에 남았다.


“저희 브랜드가 느리게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요. 그러나 속도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지점에 가장 정확하게 가닿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해요.”

-유보라 대표, 기록상점 ‘라이프 컬러링’ 북토크에서


나는 그것이 유보라 대표의 라이프 컬러링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는 말로 읽혔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축적되고, 끝내 목표한 지점까지 ‘닿는 것’이라고. 유 대표의 한 마디는 느리디 느린 작은 브랜드가  어느 순간 힘차게 날아올라 목표한 ‘과녁’을 관통하는 모습으로, 그 미래를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게 했다. 그뿐인가. 작고 작은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전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무기력한 작가로 독자 앞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혹, 자신의 ‘결핍’을 다정히 어루만지지 못해 헤매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라이프컬러링의 브랜드 철학 그 자체로 느껴진 책 속의 마디를 보태며 응원을 보낸다. 물론, 이 응원은 현재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일상은 완벽해 보이는 하루가 아닐 거예요. 항상 새로운 일들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는 일상도 아니고, 하기 싫은 일들을 무작정 덜어낸 일상도 아닐 겁니다. 우리 일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 자신에게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으로부터 일상의 탐구가 시작되니까요. 그 탐구는 내가 궁금하다는 생각과 연결된 탐구일 거예요. 내가 바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확신에서 벗어나 계속 나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할 때 비로소 시작 가능한 탐구인 거죠. 저는 사람들에게서 그 호기심을 발견한 순간을 사랑합니다. 자신에게 애정을 쏟아보겠다고 결심한 눈빛만큼 사랑스러운 것도 없으니까요.

-'완벽한 하루에 대한 환상',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 p.120-121 중에서




Cover-image 출처

 -홈페이지 : https://www.lifecoloring.me/

최신 근황

- 한국강사신문 : http://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7470

- differ :  https://youtu.be/Kxm44DTuu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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