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예지 Oct 22. 2022

“작디작은 나의 가능성을 재발견한 시간”

프롤로그

작지만 위대한 브랜드를 빌어

그보다 작디작은 나의 가능성을 재발견한 시간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브랜드 전문가가 아니다. 더욱이 브랜드 관련 업계에 종사 중인 사람도 아니다.

나는 14년 간의 조직 생활 중 6년 간 이북/도서 요약 업체, 복합문화공간, 제작사, 출판사 등지에서 크고 작게 경력을 쌓았다. 30대의 8년을 편집 대행사 혹은 기획사로 불리는 조직에서 시니어 기획자로 성실히 일하다가 2년 전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관심사의 영역을 적합한 형식의 글로 남기고자 홀로 고군분투해온 사람일 뿐이다.  


프리 워커로 살면서 오랜 숙원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2018년 회사 생활을 병행하며 독립출판으로 인터뷰집을 출간한데 이어 2권의 에세이집을 차례대로 출판했다. 이후 어느 분야에서는 작가로, 어느 분야에서는 프리랜서 기획자로 불렸지만, 나를 설명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떤 이름으로도 공고히 나만의 정체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확신들지 않았다. 작가로도 프리랜서 기획자로도 어정쩡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에 점점 실망감이 커지던 지난 7월, 극도의 무기력 속에서 하나의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스타트업 주니어를 위한 커리어 성장 셀프 브랜딩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이는 2020년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대상작 중의 하나였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의 이진선 디렉터가 커리어 브랜딩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글쓰기 수업이다. 해당 수업이 계기가 되어 하나씩 발굴하듯 써 내려간 이야기가 바로 작은 브랜드를 빌어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 일의 본질을 발견해나가는 브랜드 에세이였다.


나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크고 유명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잘 쓸 자신이 없었다. 이미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브랜드 전문가들이 브랜드의 유의미한 발자취를 발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다면 내가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작게’라도 한 번 써보고 싶었다. 어느 날 우연히 경험하게 된, 어느 시기의 간절함으로 조우하게 된, 어느 상황에서 불쑥 응원하는 마음이 솟아오른 작은 브랜드를. 때로는 소비자이자 경험자로, 주로는 탐구자의 시선으로 톺아본 열 개의 브랜드들은 이 글을 써나가는 내내 이렇게 조언해주었다.


‘당신, 그 자체로 괜찮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라’


그들은 도드라진 성과만이 주목받는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가치 있는 목소리를 잃지 말라고 다독여준 내 안의 작지만 위대한 ‘선생님’들이었다.


커리어 브랜딩 수업의 첫날 오후, 파주 지혜의 숲으로 떠났다. 수많은 책들에 압도당한 날. @류예지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는 감독상의 수상자로 호명된 후 수상 소감에서 후보로 어깨를 나란히 한 마틴 스코세지, 쿠엔틴 티란티노, 샘 멘데스, 노아 바움벡 등에 존경을 표하며, 이들보다 한 윗 세대인 거장 마틴 스코세지의 말을 인용했다. 이미 많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가장 나다운 콘텐츠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브랜드 에세이를 쓰는 지금, 나는 여전히 그 메시지에 동의하는 심정으로 변주해본다.


“가장 개인적인 브랜딩 경험이 가장 창의적인 브랜딩 공부다.


브랜드 에세이라고 해서 누군가는 커리어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의 한 갈래로, 누군가는 셀프 브랜딩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 글을 썼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범주로 읽혀도 상관없다. 굳이 바람을 품는다면 그보다는 작은 브랜드를 탐구해간 여정이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숲길을 건너가는 것처럼 미래가 암담했던 누군가가- ‘자기 발견’을 위해 고군분투한 한 시절의 간절함을 담아낸 기록으로 읽혔으면 좋겠다. 작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빌어 결국 말하고 싶었던 건, 그보다 작디작은 존재에 불과한 '나'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일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순간엔 자기만의 고유함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그것을 편의상 브랜드가 되기 위한 브랜딩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안타깝지만 그 길을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오리무중의 시간을 견디며 더디게 더디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 열심히 ‘내 것’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도 도무지 세상과 연결감을 가질 수 없었던 사람이 있다면, 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온 한 평범한 작가가 쓴 작은 브랜드 탐구 이야기를 빌어 저마다의 길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힌트를 작게라도 얻게 되기를.


이제야 한 발자국 내디딘 사람으로서 나 역시 갈 길이

너무나 멀지만, 글을 쓰며 받은 위로를 '함께 가보자'는 의미로 다시 한번 전한다.  


‘당신, 그 자체로 괜찮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라’




Cover-image : @pixbay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