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 오마주
* 권남희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는, 작가님이 노트북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번역하고 글 쓰며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옮긴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종종 <스타벅스 일기> 따라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
오늘의 음료: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늘은 남편이랑 2잔.
시끄러운 주말. 아이들과 분리되고 싶어 남편이랑 같이 카페로 피신했다.
너른 2층. 젊은 아빠랑 아기가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우리도 지금이야 애들 피해 여기 와있지만 분명 이런 시절이 있었지, 그치?
노란 옷을 입은 병아리 같은 아기는 돌 무렵 정도, 갓 걸음마를 뗀 정도로 보였다.
삑 삑 삑 삑 삑 삑
한 발 한 발 아기가 걸음을 걸을 때마다 삑삑 소리가 열심히 난다.
맞다.
아기는 삑삑이 신발을 신었다.
운동장처럼 마구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저 쪽 구석에 있는 화장실까지 아빠랑 손 잡고 걸어갔다 오는 거 같았다.
사람들이 몰려 앉아있는 입구 계단 쪽으로 아기가 가까워오자 신발 소리가 크게 들린다.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려 아기를 쳐다본다. 시선이 집중된다. 나도 아기를 바라봤다.
이 소리, 은근히 시끄러운데 왠지 너무 귀여운 소리, 귀여운 아기라 웃음이 절로 났다.
근데 웃기지. 내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네 테이블이나 아기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물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귀에 이어폰을 많이들 꽂고 있었다.
나이 상관없이, 삑삑 소리 상관없이 수다 삼매경에 빠진 테이블도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삑삑이 신발 소리를 거슬려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거다.
사실 나도 시끄러운 거, 특히 공공장소에서 들리는 거슬리는 온갖 소리들을 안 좋아한다.
삑삑이 신발 소리를 들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앗 귀여워!'이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누군가 또 엄청 욕하는 건 아닐까'
'부모 욕하는 건 아닐까?'
요즘은 다 불편해하니까.
애 키우는 게 유세냐 하는 분위기니까.
자기의 의로움에, 옳은 소리에 취하는 시대니까.
그 삭막함에 자주 짜게 식는 나는, 이 거슬리는 삑삑이 신발 소리에 미소 짓는 사람들, 이 별거 아닌 장면에 없던 인류애가 막 생긴 것이다!
너무 빡빡하게 굴지 않는 여유.
그냥 잠깐 기다려주고 웃으며 바라봐주는 시선.
세상은 기본적으로 나쁘고 위험하고 각박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런 장면 하나가 마음에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도망치듯 온 카페에서 뭔지 모를 따뜻함을 마음에 가득 채우고 돌아간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