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화장이 끝났다.
사람의 형태를 한 뼛조각들을 나는 그때 처음 보았다. 동생은 아주 어릴 적 친할머니 장례식 때도 그랬다고 하지만 도통 내 기억 속에는 없다.
‘아, 저게 한 사람의 전부구나’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슬픔이 아니었다. 놀라움과 신기함, 그리고 허무함. 할아버지는 정말로 저 뼛조각이 되었구나. 저게 할아버지의 전부구나.
병원에서 본 할아버지는 엄청 마르셨었다. 뼈에 약간의 가죽만을 덮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얇은 가죽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그마저라도 있을 때가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던 건지 이제야 알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저기 있는 뼈 외에는.
뼈를 유골함에 넣었다. 옆방에서는 사람들이 꺼이꺼이 소리 내며 울었다. 우리 가족들, 친척들, 할머니는 아무도 소리 내서 울지 못했다. 할머니의 어깨만 파르르 떨렸다.
할아버지 저희들은 입이 아니라 어깨로 울어요.
들리지는 않아도 잘 보이시죠?
- 사람의 머리만 한 유골함에 담긴 할아버지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