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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외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났다

by 시루

#25

남은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죽음의 가장 잔인한 점이다.



나는 살아있다. 아침도 배부르게 먹었다. 웃긴다.



왜 생명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가. 그것이 종족보존을 위함이라면, 왜 종족은 보존되어야 하는가. 우연한 기회로 생성된 유기물이 영원히 이 우주에 남고 싶어 하는 본능인가. 그 원초적인 본능이 무엇이기에 그렇게나 많은 철학자들을 탄생시켰는지. 지능을 가진 인간은 괴롭기만 할 뿐이다.



예전의 나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 허무주의에 찌들어 무책임한 태도로 삶을 살고 있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너무 똑똑해져 버렸다. 우주에 영원히 남아있고 싶어 하는 유기물의 종족보존 본능을 무시하고, 다른 삶의 의미를 마음껏 찾을 수 있다. 그러나 31가지의 맛 중 단 한 가지의 아이스크림만을 골라야 할 때 선택은 아주 어려워지는 것처럼,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방황하는 우주 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으니까. 삶은 그저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에는 교훈도 의미도 필요 없다. 그저 결말로 향해 갈 뿐이다.



외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났다.

사랑과 감사로 충만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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