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어지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온갖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명확한 기준이 없음’이라는 말은 ‘힘 있는 사람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음’과 같은 말이라는 걸 깨닫는 요즘. 이 와중에 쓸데없이 고과면담은 해야 하고, 파트장님과 어쩔 수 없지만 잘 헤쳐나가 보자는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힘들 때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글을 써보는 게 어때? 원래 이럴 때 글이 더 잘 나오잖아“
“음…… 근데 저는 부정적인 건 글로 잘 안 써서요”
내가 글을 쓴다는 걸 아는 파트장님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이런 말을 하셨다. 본인도 답답할 때는 몇 줄 써본다면서. 그러나 부정적인 것들은 글로 남기고 싶지 않다. 가끔은 날 선 말로 비난하거나 상황을 정당화하는 글을 쓰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무언가를 적는다는 것은 오래간다는 말이다. 부정적인 것은 오래 남기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미워질 때마다 수차례 펜을 들었지만, 문장들은 늘 마무리되지 못하고 흘려보냈다. 아무도 기억할 일이 없는 곳으로.
그러다 며칠 전 또다시 펜을 들었다. ’그래 이 정도 글은 쓸 자격이 있어, 그 사람이 정말 멍청하고 무례했다고‘ 화가 났던 것 같다. 하지만 반절 정도 써 내려갔을 때,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순수하게 불쾌감을 드러내고 싶은 거야, 아니면 이 사람을 비난하면서 너를 정당화하고 싶은 거야?’ 질문의 답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후자였고, 나는 또다시 노트를 벅벅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운전하다 화가 나서 욕을 하면, 그 욕은 나만 듣게 된다. 누군가가 미워서 글을 써도, 그 글은 내가 가장 많이 읽게 된다. 남이 너무 미워서 한 행동들은, 아이러니하게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나는 나쁜 건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 네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스무 살 싸이월드에 이런 글을 썼던 게 기억난다.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