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말을 하는 것의 반대는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던 무너지던, 그걸 하는 것은 지금의 나야

by 시루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을 때 나는 K에게 위로받았고, K와 헤어졌을 때는 반대로 누군가에게 위로받았다.


내가 현재 보는 그 사람의 모습은 굉장히 단면적일 수도 있겠다. 사실은 대화하고 기다리고 인내해야 그 사람의 입체를 전부 볼 수 있다. 오래된 관계라면 더 그렇다.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그의 옆모습이 혹은 뒷모습이 어떤 모양을 가졌을 거라고 확신해 버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기다려주는 것 일수도 있다.

말을 하는 것의 반대는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S

저는 항상 더 좋은 길을 만들고 싶고, 그걸 할 수 있다는 자신과 믿음이 있는 편이라 그런지, 상황이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속으로 엄청 파고들어요.
그러면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성숙했었을까 이런 반성들도 하고요. 그러면서 많이 배우죠.
이런 성향이 예전에는 제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나는 이미 충분할 수도 있는데 뭘 또 배우겠다고 스스로를 이렇게 지치게 하나 싶어서-
내려놓아야 하는데 성향상 그게 잘 안되네요.


B

비슷한 생각은 나도 하고 있어. 나름 내린 결론은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는 거지.
이전에 내가 추구하던 ‘베스트인 나’ 말고,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나도 사랑해 주자고. 그리고 잘 받아들여주자고.
내 결점을 남이 이야기하면 상처가 되지만,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것을 꼭 극복해내지 않더라도 그 인정만으로도 내가 성숙해지더라고.


S

잘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요. 전 언제나 제가 꼭 극복해 내야 할 것 같거든요.
남은 제 통제권 안에 없지만 스스로는 언제나 통제할 수 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움직이는 것 밖에 없죠.
그러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가 좀 더 성숙했더라면- 더 훌륭했더라면- 하며 괴롭히더라고요.


B

그게 어려워. 변화를 잘 받아들여야 하는데
너나 나나. 우리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언제나 ’베스트일 때의 나‘를 기억하지. 그렇게 유지를 하고 싶어 하고.
최상의 상태인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후회를 달고 살고
하지만 결국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든, 무너지던, 그걸 하는 것은 지금의 나야.
예전보다 조금은 다른 나를 계속 인정하고, 현실에서는 좀 편안하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다른 이야기인데 요새는 꽃이 참 예쁘더라
원래 나는 꽃을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요새 더 예쁘지
젊었을 때는 내가 꽃보다 더 빛이 나니까 그걸 몰랐어. 근데 요새 보이는 거야.
내 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거고, 예전의 나는 이러지 않았는데- 내가 추구하던 나는 지금의 이게 아닌데-
이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1/3 정도는 이런 나도 내가 사랑을 해주자, 좀 쉬게 두자 하는 것도 좋아.
이번 연휴는 너무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봐.
언젠가 이번 휴식의 기운이 너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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