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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적 Nov 18. 2024

불꽃놀이를 매일 합니다.

사는 건 축제가 아니라해도

새벽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긴 합니다. 이 시간에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일지 모르지만, 기온은 이미 끈적한 하루를 예보하고 있어요.     


불꽃놀이를 좋아했습니다. 크게는 올려다본 어두운 하늘 아래 빛을 뿌리며 사라지는 불꽃, 성냥이 켜지기 전 부딪히며 서로에게 반응하는 불꽃까지..      


동네로 들어오는 큰 길가에 천막집이 있었어요. 천막으로 지은 집이 아니라 천막을 만들어주는 가게였죠. 그 가게 앞엔 커다란 쇠 파이프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어요.      

원형의 톱으로 대각선으로 잘라놓은 크기가 작은 파이프들을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민소매를 입고 턱수염이 아주 근사하게 자라있던 아저씨가 아주 기다란 산소통을 끌고 나와 손엔 두꺼운 장갑을 끼고 불꽃이 튀어도 상관없는 앞치마를 하고 있었죠. 그리고 쇠와 쇠를 연결하였어요.     


맞닿아야 할 부분들을 손에 쥐고 있던 쇠 젓가락 같은 걸로 불꽃을 일으키면 절대로 붙어있을 일이 없는 쇠가 행복한 사람처럼 서로를 껴안았죠.     

아저씨는 얼굴에 커다란 마스크를 하고 불꽃을 일으켰어요. 붉은 불꽃에서 파란 불꽃까지 그리고 멀리서 지켜보던 관객에서 점점 더 앞으로 나가 용접이라는 연극에 행인으로 등장해 아저씨는 급기야 위험하니 멀리 떨어지라는 호통을 들어야 했었죠.     


그 불꽃을 보면 눈이 나빠지거나 눈병이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같아요. 눈이 나빠져도 눈병이 걸려도 그 불꽃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번 보면 헤어 나오지 못했었죠.     


이거 이거 할려면 어떡해야 해요?     


불꽃을 바라보던 아이가 묻습니다.      


밥을 많이 먹고 키도 더 커야 할 것 같은데….     


수염을 기른 아저씨가 대답했였죠.     


그 후에 용접이라는 무대 끝으로 아저씨는 작은 나무의자를 마련해 주었죠.      

그리고 바라다보는 저에게      

터무니없이 커다란 보안경을 주셨구요     


이제 그만 보고 가거라      


괄호를 치고 괄호를 닫듯이 그 안에 쓰여진 지문대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죠               

가끔 이른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드시던 아저씨가 같이 먹을 거냐고 물으셨고 가게 안으로 처음 들어가 라면을 같이 나눠 먹었습니다.      


쇠에서도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쇠가 서로 붙으려는 때 나는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쇠를 떨어지지 않는 일을 하는 아저씨는 그 붙인 흔적을 지우는 일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용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은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흐린 하늘입니다. 날씨는 어제와 차원이 다르게 차가워졌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하늘이란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빛 속을 빠른 걸음으로 걸을 수밖에 없는 하늘입니다.     

그런 아침을 산책하다 가게 앞은 작은 천막 작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향해 걷습니다.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말이죠. 용접이라는 무대 위에 있던 주인공을 보았습니다. 두꺼운 팔토시를 한 주인공을, 긴 바지를 양말 속으로 집어넣고 마스크를 쓰고 두꺼운 검은 안경을 쓰고 있던 주인공을, 그런 그를.     


잠시동안 불꽃을 바라다봅니다.     

가까이 오라고도 멀리 가라고도 하지 않는 아침입니다.   

        

집으로 걸어오다 자꾸만 지문을 확인하게 됩니다.     


누군가 부른 것 같아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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