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음식물쓰레기봉투와 사투를 벌이는 비둘기 한 마리를 바라다봅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날카로운 부리로 콕콕 쏘아대며 사람이 와도 차가 지나가도 온 우주가 도울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쪼아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어코 그 노력의 대가로 음식물쓰레기봉투가 터지고 김칫국물이 쏟아져 내립니다. 잠시 날아올랐다가 다시 날아와 봉투를 벌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날아올랐다가 몸집이 더 작고 윤기 나는 깃털을 지닌 비둘기와 다시 나타납니다. 엄마 비둘기는 봉투를 찢고 애기비둘기는 터져 나온 음식물을 부리로 쪼고 땅에 팽개치며 거리에 흩어 놓습니다.
엄마 비둘기가 음식물을 부리로 잘게 부스면 애기비둘기가 그것을 먹고 다른 비둘기가 오면 먼지를 일으켜 쫓아냅니다. 까치가 와도 커다란 날개를 가진 까마귀가 와도 날개로 위협을 합니다. 그리고 비둘기 가족이 떠나자 잠시 음식물 봉투는 평온해집니다.
흐린 하늘을 예상할 수 있는 수요일 아침입니다.
강의 반쯤을 순조롭게 건너와 다행입니다. 아침 산책하러 동그랗게 모여있던 어둠을 후-우하고 불어냅니다. 흐린 날의 입김은 저공비행을 합니다. 그 포물선의 궤적만큼 새들도 낮게 날고 있습니다.
멍하니 길가에 서서 담배 한 개비를 피웁니다.
중지와 약지 사이에 비스듬히 걸쳐진 한숨이 머문 자리를 깨끗이 지우며 사라집니다
지나가던 한 여자를 봅니다. 그녀가 길에 멈춰 섭니다. 내가 서 있던 자리 가로수 아래 그리고 내가 고개 들어 올려다본 시선. 기울어진 허리 그리고 핸드폰의 배율을 확대하는 손끝
마지막으로 찰칵 한동안 들여다보는 화면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드는 몸짓 아침 달을 찍으며 이걸 뭐 하러 찍고 있나 생각했는데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포즈로, 어떤 사진이 찍혔을지 알 것 같은 그런.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조립합니다.
머리를 말려야 합니다. 적당히 식어가는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무릎에 기어올라 나를 어서 만지라고 쳐다보는 고양이 모란을 어루만져 줘야 합니다. 얼굴에 로션을 발라야 합니다.
어떤 옷을 입을까 생각해야 합니다. 가방을 챙겨야 합니다. 모란의 사료를 챙겨야 합니다. 물을 잘 먹는 모란을 위해 물도 떠 줘야 합니다. 요즘은 물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물그릇 안을 들여다보다가 물그릇을 '탁' 쳐내 물을 엎질러 버립니다.
집안에 떨어뜨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두어야 합니다. 청바지의 밑단을 한번 접었다 신발을 신고 다시 폅니다. 모자를 써야 합니다. 모자 사이로 앞머리를 살짝 내려야 합니다. 배웅 나온 모란을 쓰다듬고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부탁해야 합니다. 배를 내밀고 누운 모란의 배를 문지르고 두 번쯤 깨물려야 합니다. 그리곤 모란을 들어 올려 거실 쪽으로 날려 보내야 합니다. 나를 기다리지 않을 집을 둘러봅니다.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집에게 모란을 잘 부탁한다고 현관문을 열기 전 얘기 해야 합니다.
현관문을 닫으면 모란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립니다.
아침은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조립된 공산품 같습니다.
단단히 조립된 아침으로 출근을 합니다.
생각들이 손에 쥔 모래 알갱이처럼 흘러내립니다. 사무실 앞에선 나사들 대부분은 틈이 이미 벌어지며 느슨해지고 아침 모니터엔 엔터키를 누른 흔적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