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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밤식빵.

아~ 해봐요

by 적적

어젠 아주 푹 자고 일어났어요. 근래 들어 젤 깊게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미리 먹고 잔 감기약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보호자가 없는 나는 이름이 호명되면 진료실로 들어가 가슴을 드러내고 청진기를 받아내며 입을 벌려 편도선을 확인케 합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쉽니다. 청진기가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새벽에 계속 잠들었다 깼어요. 마지막으로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4시간 남짓 더 잘 수 있어서 안심하고 아침에 눈을 떴어요.


햇살 아래 잘 구워진 식빵이 계단을 내려옵니다. 폭신하고 촉촉한 결대로 따스한 바람에 찢겨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늘은 푸르지 않지만, 햇살은 눈이 부십니다.


햇살은 나를 잘 발효시켜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합니다.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빵 반죽 주위로 하이에나 떼 같은 감기 기운이 맴돕니다. 간혹 고양이 모란은 겁도 없이 하이에나 떼에게 하악질로 위협을 했었고 잠들지 못하는 침대에 다가와 젖은 콧등을 뺨에 가져다 대주었어요.

모란에서 감사의 뜻으로 머리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곤 하였습니다.


잠시 뒤 모란도 이불을 파고들어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은 자세로 잠이 듭니다. 다시 저녁을 먹고 침대로 기어 올라가 멀리 있는 하이에나 떼의 냄새와 모란의 하악질과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반죽은 이불을 뒤집어서 쓰고 절정에 다다릅니다.


밤이 찾아온 사막 같은 도시를 걷습니다.

겨울인지 봄인지 알 수 없는 계절을 한동안 걷다 옵니다. 발그레하던 뺨이 열기가 가라앉고 엘리베이터의 사내는 창백해 보입니다.


편의점에 들러 왜 먹고 싶은지 알 수 없는 맛밤 하나를 사서 입 안에 넣습니다.

한 봉을 겨우 삼키고 감기약을 입 안에 넣고 따스한 물을 마십니다.

가루약은 이스트 맛이 납니다.



내일 아침이면 은하계에서 제일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밤 식빵이 완성될 것입니다.

수많은 공기 층으로 폭신하며 숙성된 결이 손끝만 대도 서로 풀어지며 결을 따라 나뉘게 될.



은하계에서 가장 밤 향이 그윽하고 황홀한 밤 식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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