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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뜨꾸뛰르의 여왕들.

간절한 기도는

by 적적

사내아이 같다는 말은 남자에게 쓰지 않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S는 오빠가 네 명이 있습니다. 그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는 오빠들의 보살핌과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일은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생존에 관련된 일이야 먼저 먹지 않으면 죽는 거야. 부모님 사랑은 두 개고 다섯이서 나누려면 필사적이어야 해


S는 식탐이 대단했었죠. 공부도, 일도 특히 목소리가 크고 허스키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은 아이 다섯을 재봉틀 두 대로 키워내셨죠.

S는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두신 돈을 미래의 투자금으로 먼저 받아내 동대문에 작은 상점을 열어 옷 가게를 시작했어요. 늘 대장처럼 행동했었고 주변에 따르는 동생이 넘쳐 났었죠.


지금은 어떠냐구요? 그러려면 그녀가 첫눈에 반한 남자아이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동대문에서도 꽤 매출이 나왔던 가게는 여자 옷을 팔던 매장이 6개월 만에 다른 층의 남자 옷 매장하나를 더 인수하게 되었어요.


수많은 업체가 납품하기를 원했고 그중 거래처 한 남자에게 푹 빠져버렸죠. 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게 작아지는 건 처음 보았어요.


그 남자아이는 S에게 양재학원에 다녀보라는 제안을 했었죠. S는 매일 낮에는 일을 하고 밤이면 학원에 가서 옷을 만드는 일을 배웠다고 했어요.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 남자와 함께 서울 변두리에 살며 재봉 일을 하고 있죠. 은둔 고수처럼 옷 한 벌을 쓱 보면 똑같은 옷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센스가 있었죠.


옷을 파는 것과 만드는 일은 아주 다른 세계의 문제였지만 그녀는 남편에게 배운 손놀림으로 옷을 만들어냈어요.


S는 지난 계절에 입었던 옷을 정리합니다. 아이가 자라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 지난 계절에 입었으니 다시 입을 옷과 버릴 옷들을 정리합니다.


그 순간 두 딸이 그 옷들 사이를 파고들어 지난 계절의 추억과 다가올 계절의 기대로 벅차올라 옷들을 고릅니다. 그 옷을 입고 계절의 끝을 즐기러 밖으로 나갑니다.


은근히 S의 두 딸이 입고 다닐 모습을 기대하게 됩니다.


S의 딸들은 패션계의 모델들처럼 한 시즌을 앞서가며 옷을 입곤 했어요. 지난봄 입춘이 지나 아직도 손이 시린 날부터 아이들은 어깨에 반팔 원피스를, 하늘거리는 천사 날개를 달고 빨간 에나멜 구두를 신고 동네를 뛰어다니며 콧물을 줄줄 흘렸다고 합니다.


때론 여름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코드료이 팬츠를 입고 어그부츠를 신고 다니는 사진을 찍어 올렸습니다. 아무리 말리고 사정을 해도 결코 아이들을 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직 아이들의 봄 시즌의 사진을 볼 수 없습니다.


미칠 것 같은 S가 친정엄마에게 얘기하자

모든 의문이 풀렸습니다.


내가 너 그만할 때 딱 너 같은 딸 둘만 낳아보라고 기도를 했었다.


간절한 기도는 하늘에 닿아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봄 신상 패션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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