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받을 때 그 싸늘한 느낌.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23년, 4월의 마지막 목요일이었다.
회사의 재정난으로 팀에서 1-2명씩 권고사직을 당하고 있었고, 그게 누구일까 누가 먼저 불려 갈까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우리 팀 제일 마지막에 대표 면담을 하게 되었고, 내가 퇴사하는 것으로 통보받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내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왜냐면 나는 팀장이었으니까.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부터 나오지 말라는 거지..? 내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근데.. 앞으로 내 커리어는? 당장 전세이자는? 차 할부는 어떻게 내지? 눈앞이 막막했다.
그래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단다. 불행 중 다행이라나 뭐라나. 그날 혼자 어찌나 울었는지 모른다.
체계가 없던 회사에서 내가 그동안 배워온 커리어로 체계를 만들어가며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만큼 성과도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보고 퇴사라니..
밤낮없이 열심히 한 결과가 이거라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정말 이를 꽉 깨물며 몇 시간 동안 닭똥 같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마도 가장 많이 울고 힘들었던 시기였을 거다.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느낌이었으니까.
비유하자면, 시속 120km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그냥 문 열고 나를 내동댕이친 느낌이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스스로 자책하기 일쑤였다. 너무 분해서 잠도 안 오고 가슴이 패인 것처럼 너무 속이 쓰렸다. 밥을 먹을 수도 없고,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너무 힘들고 속상한 마음에 절을 다녀오려는데, 절 가는 길 내내 운전하면서도 오열을 할 정도였다. 정말 분노에 휩싸인, 가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벌써 10월 중순이다. 반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정말 많이 회복했고, 오히려 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 권고사직을 당하고 난 후 내가 어떻게 이겨냈는지, 어떤 루틴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왔는지 기록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꼭 권고사직 당하신 분들께서 많이 많이 읽어주시고 서로 공유하며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권고사직 당한 사람들은 당장 너무 황당하고 분하고 억울해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험담입니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너무너무 마음이 힘들고 그러지 못해도, 잘 마무리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에 회사생활을 잘했다 하더라도, 끝맺음이 좋지 못하면 꼭 한 소리 듣더라고요. 도저히 그럴 마음이 안 생긴다면, 평소에 교류가 있거나 친하게 지냈던 분들이라도 좋은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그동안 일했던 작업물들을 꼭 챙겨야겠죠? 다음 구직활동을 위한 포트폴리오 리뉴얼을 위해서라도요.
그리고 꼭 주변 동료들에게 '수치' 데이터 부탁을 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해서 구독자가 몇 만 명이 상승했다던지, 조회수가 얼마나 올랐다던지 등 이런 수치들을 기록할 만한 무엇이든 요청해 자료로 가지고 계세요. 그게 어렵다면, 캡쳐해서라도 증거물을 꼭 남기세요. 어디서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지 모른답니다.
또, 저는 정말 좋아하고 교류도 잦았던 동료분들은 꼭 한 분씩 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분들이 있어서 힘들어도 같이 견딜 수 있었고, 남아있는 분들도 마음이 좋지 않을 테니 같이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중을 약속하는데 그것 또한 작은 힘이 되어주더라고요. 그분들의 응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 때문에 제 자신이 싫어지고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때마다 힘들다고, 속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사람들 앞에서 펑펑 울면서 사랑과 위로를 받으며 하루하루 견뎌나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싫은 소리 하나 안 하는 사람들이니 더더욱 마음 터놓고 말할 수 있었는데 그게 어찌나 큰 힘이 되던지요.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많이 감정을 쏟아내 보세요. 우는 건 좋은 겁니다. 안에 있는 감정들이 밖으로 표출된다는 거니까요. 그동안 열심히 일 하느라 고생했으니까 당분간은 여러분을 스스로든, 타인에 의해서든 토닥여줄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 시기를 어떻게 잘 견디고 헤쳐나가냐에 따라 후폭풍이 더 거세게 올 수 있으니, 충분히 마음 아파하고 감정을 토해내세요.
그것만은 확실히 아셔야 해요.
여러분이 잘못해서 퇴사한 것도, 여러분이 문제가 있어서 퇴사하는 것도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제 얘기가, 제 글이 잘 안 와닿는 것 너무 잘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가슴에 정말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아서 너무 무기력하고 힘드실 텐데요,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괜찮아지는 시기가 옵니다. 이걸 지내고 나면 훨씬 더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렇게 이겨냈으니까 여러분도 정말 잘 이겨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커리어를 향해 달려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어깨에 가방을 좀 내려놓고 쉬어봅시다.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져요. 정말로요!
여러분의 무소속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