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Apr 15. 2024

날이 좋아, 날이 좋아서

화창한 봄날, 아들과 반려견 우니와 함께 한 '강화도 여행'

날이 너무 좋은데


금요일 오후 날이 너무 좋아 마음이 설렜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마음속을 휘젓고 다녔다.


올해 매주 주말 집에서 프로젝트한다고 내 서재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중에는 회사 업무로 인해 매일 늦게 집에 도착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주말에 집안일들 돕는다고 하지만, 그것과 아들과 바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보니.


이렇게 날씨가 화창한 봄날에 집에서 프로젝트한다고 흘려보낸다면 내가 아들과 아내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검색을 했다


요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놀자' 앱에 들어가서 먼저 검색을 해본다. 특가가 떴을까 해서다. 그러고 나서 네이버에서 검색해 본다.


가격을 비교해 다. 그리고 가격이 같다면 야놀자 앱에서 결제한다. 네이버 숙소 예약도 좋긴 한데 이건 내가 구글에서 영화를 결제하며 영화 수집 컬렉션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야놀자에 내 삶의 숙박을 했던 기록들, 데이터들이 남아 나중에 내가 언제 어디를 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물론 굳이 야놀자 앱에 들어가지 않아도 내 브런치스토리에 보면 그날의 감동들까지 상세하게 적혀있긴만!


이번 여행지는 강화도로 잡았다. 2022년 5월에 다녀왔던 곳이었는데 그때 묵었던 펜션이 가성비도 좋았고, 무엇보다 애견동반이 가능해 다시 한번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화도 노을칸타타펜션


사실 비싸고 좋은 숙소보다 하루 편히 잘 쉬고 올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강화도 노을칸타타 펜션은 내 기억 속에 그런 곳이다.


너무 젊은 연인들이 많은 숙소는 이제 40대 중반이 된 내게는 부담스러운 공간이 됐다. 아들과 여행을 가다 보니 그냥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선호하게 됐다.


지난번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조용히 가족과 깔끔하게 단독으로 마련된 곳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거기에 애견동반까지 가능해서 나의 또 하나의 가족인 '우니'와도 편히 쉬다 갔던 기억이다.


화려한 숙소가 아닌, 가족이 편히 쉬었던 곳. 그 기억을 끄집어내어 금요일 오후 야놀자에서 결제했다. 1박으로 9만 원. 여기에 애견 동반 비용은 현장에서 2만 원 추가.


그렇게 이번 토요일 아들과 반려견 '우니', 그리고 나의 강화도 여행은 이렇게 급하게 추진됐다.


벚꽃이 내린다~~ 샤랄라라라라


토요일 아침,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강화도로 출발했다. 강화도로 가는 길은 그렇게 막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부터 거리가 80km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요즘 내가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외부 미팅이 있어서 낮시간에 걸어 다닐 때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날이 좋아, 날이 좋아서"


그냥 날이 너무 좋고 화창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처럼 나오곤 한다. 강화도 여행을 떠나는 오늘도 너무도 날이 좋았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날이 좋아, 날이 좋아서"


날이 좋아, 날이 좋아서 선루프를 열었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우측 창문을 모두 열었다. 그리고 라디오를 볼륨을 높여 드라이브를 만끽하려 애썼다.


라디오에서는 흘러나오는 노래가 어릴 적 듣던 노래들이다.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마음을 두드렸다.


'정말 봄이 왔구나'


이렇게 토요일, 내 방 서재를 벗어나 아들과 우니와 함께 나와 교외로 드라이브를 하니 기분이 설렜다. 때마침 내 눈앞에 벚꽃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듯 지나간다. 드라마였다면 분명 이 장면에서 "벚꽃이 내린다~ 샬랄라라라라~~"노래가 나오고 뽀샵처리를 해서 하얗게 빛나도록 했으리라.


아빠 갯벌에 들어가 보고 싶어


2시간여를 운전해 강화도에 들어섰다. 강화도로 들어가는 다리를 지나자 우측에 갯벌이 펼쳐졌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 우리 갯벌에 들어갈 수 있어?"


"응? 있으면 들어가 볼까?"


아들이 갯벌이 궁금한 듯 보였다. 분명 어릴 적 갯벌체험도 해보긴 했는데,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가는데 눈앞에 해수욕장 표지판이 보였다. '동막 해수욕장'이었다.


혹시 주차할 자리가 있으면 잠시 놀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꽉 차있는 도로 우측 공영주차장을 살피며 지나가는데, 이번에도 때마침, 마치 아들과 놀다 가라고 자리를 양보해 주는 듯이, 자리가 났다.


망설임 없이 주차했다. 주차비는 종일 2,000원. 기분 좋게 공영주차장 관리하시는 분께 현금으로 지불하고 트렁크에서 2인용 캠핑 의자를 꺼내 들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아들은 해수욕장 모래밭을 맨발로 밟고 뛰어다니더니 내게 물었다.


"아빠 나 여벌옷 안 가져왔는데... 갯벌에 들어가도 돼?"


"응! 바지를 무릎까지 올리고 밟고 다니면 되지~"


아들은 내 허락을 받자마자 갯벌로 향했다. 그리고 신나게 갯벌의 질감을 즐겼다.


"아빠 여기 치즈소스를 밟은 것 같은 느낌이야. 걷기가 매우 어려워~~ 아빠 발이 안 빠져~~"


아들은 무척 신나 했다.


"아빠 여기 갯벌에 숨구멍이 보여~~ 아빠~ 여기 밟았는데 뭔가 물컹거려~~"


아들은 갯벌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캠핑의자에 앉아 요크셔 우니와 함께 따사로운 햇살 아래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만끽했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아내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다'


동막 해수욕장에서 예약한 '노을칸타타' 펜션까지는 7.6km 정도여서 오후 시간은 여기서 보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아들의 손과 발, 그리고 종아리는 갯벌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빠 이제 가자"


아들은 원 없이 논듯했다. 진흙을 씻어낼 곳이 있나 주변을 둘러봤으나, 보이지 않아 일단 모래로 진흙을 덮어 말리고 털어내기를 반복했다. 진흙 잔여물은 물티슈로 닦아냈다. 임시방편이지만 차 시트가 모래와 진흙범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아빠~~!!!
피자가 먹고 싶지 않아?


아들에게 답했다.


"아들~! 피자가 먹고 싶으면 피자가 먹고 싶다고 말을 하는 게 아빠가 생각했을 땐 더 좋은 화법 같아"


"아빠~ 저녁에 피자 먹고 싶어~!"


"그래~ 그렇게 말하는 게 아빠가 듣고 이해하기엔 더 명확해서 좋은 것 같아! 피자는 여기 오기 전에 우측에 파스타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팔 것 같은데~ 잠시만!"


펜션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전 언덕에 '뚝배기 이탈리아'란 상호를 봤던 걸 떠올렸다. 네이버에서 검색해 봤다.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메뉴판을 살펴보니 피자를 팔고 있었다. 거리를 살펴보니 대략 1km 남짓한 거리여서, 차를 타고 가기에는 좀 애매한 것 같아 우니랑 산책도 할 겸 해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포장되나요?


다행히 포장이 됐다. 나는 아들이 요즘 페퍼로니 피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리고 페퍼로니처럼 생긴 모양의 살라미햄이 들어가 있는 '살라미 피자'를 주문했다. 1만 4,900원.


"제가 반려견이 있어서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카운터에 있는 직원분께 양해를 구하고 나와 피자가 만들어질 때까지 멋스럽게 꾸며놓은 레스토랑 주변을 구경했다. 내 식대로 말하자면, 포토타임이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후 따끈한 '살라미 피자'가 포장되어 내 손으로 전달됐다.


아들 피자 왔어


아들은 피자를 보자마자 5조각을 단숨에 먹어치워 버렸다. 나는 아들의 피자 먹는 모습이 너무도 복스러워 모자라지는 않을까 하여 천천히 먹으며 아들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아들과 나와 반려견 우니의 강화도에서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여행이란 의미를 되새겨보는 밤이다


화려하고 고급진 숙소보다 조용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가 좋다. 이곳 노을칸타타 펜션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멀리서 보면 종이집 같은 감성이 있는 곳이다. 어릴 종이로 모형을 만들었던 추억이 떠오르는 펜션이다.


사장님의 정성으로 키운 정원이 있는 곳. 아기자기하게 수놓은 계단을 밟고 지나가면 내가 묵을 숙소로 이어지는 곳. 애견동반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숙박비는 배가 되기 마련인데 애견동반이 가능함에도 굉장히 저렴한 곳.


여행을 간다는 것은 잠시 내가 머물 곳을 빌린다는 개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숙소는 가성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맘 편히 아들과 반려견 우니와 함께 편안하게 하루 묵고 좋은 추억을 갖고 오면 그것으로 여행이 내게 주는 가치는 충분한 것 아닐까.


오늘 계획하지 않았지만, 동막 해수욕장에서의 갯벌 밟기(?)는 아들에게 멋진 추억을 기억하게 해 준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오늘도 난 이렇게 여행 와서 글을 쓰고 있다. 가성비 좋은 펜션에서, 그리고 근처 맛있는 살라미 피자를 사서 먹고, 반려견 우니와 왕복 2km 정도 산책도 했다. 모든 게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아들과 요즘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이 마음속 한켠에 있었는데, 오늘 강화도 여행 덕택에 아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마음의 미안함이 조금 줄어든 기분이다.


오늘도 아들과 반려견 우니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오늘의 내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친다.

2024.04.14. 올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3분의 1이 지나갔음에 세월의 속절없음을 몸소 느끼며...... 다시 찾아온 봄날에....
- 광화문덕 씀.
이전 07화 오사카에서 간사이공항으로 가려면 풀어야 할 과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