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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n 26. 2024

리더의 자격, 그리고 품격에 대하여

리더는 언제나 숫자로 말해야 한다

단장의 시간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들의 몸값은 오직  해 성적을 토대로 내년도 구단 기여도를 추정하여 결정된다. 몸값보다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냈다면 삭감 또는 방출이다.


출퇴근 시간 4시간여 동안 유튜젭티봐야지에 올라온 2023 시즌 최강야구를 보며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출퇴근 지하철 역 안에서 최강야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내다 보니, 현실은 6월이지만 유투브 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한 해를 보낸 느낌이다.


내 유튜브 속 최강야구 재생목록은 이제  해를 마무리하고 2024 시즌으로 넘어가고 있다.


오늘 출근길에 본 영상은 '2023 시즌 최강야구를 빛낸 선수들에 대한 시상식'부터였다.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연말 시상식 컷을 보는 동안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다음화...


야구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제목에는 '단장의 시간'이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새겨졌다.


선수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신이 이어진다. 그리고 무거운 분위기 속 단장과 선수 간 면담의 시간이 면에 비춰진다.


단장 앞에 놓여진 선수의 한 해 실적 데이터 분석 문서. 이를 근거로 단장은 선수와 연봉 협상 혹은 재계약 여부를 통보한다.


 장면 속 단장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요동쳤다. 울림이 아닌 소용돌이가 밀려왔다. 오늘은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내 브런치스토리를 열었다.


제목은 '리더의 자격과 품격에 대하여'로 잡았다.

단장의 시간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먼저 보시길


연말은
잔인한 계절이다


기업에서도 매년 연말은 리더들에게 잔인한 시즌이다. 오로지 숫자만을 놓고 평가받는 시기다.


한 해 동안 성과가 잘 났다면 모르겠지만, 아슬아슬한 한 해를 보냈다면 결국 가장 외로워지는 것은 리더다.


팀원들은 모두 자신이 승진해야 함을 리더에게 어필한다. 회사가 적자가 나도 자신이 한 해 회사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주지 시킨다. 그리고 그에 맞는 연봉 인상을 요구한다. 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 상승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직책자가 팀원들과 내년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그가 내년에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때문이다. 그 역시 살아남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팀원들이 보기에 직책자는 늘 권한만 누리려고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


매일매일이 드러나지 않아도 마음만은 벼랑 끝에 서있다.


직장에서 직책자란 자리의 동아줄은 숫자다.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성과,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결론적으로 한 해 동안 한 일이 없는 거다. 일을 못한 거다. 그럼 직책자 자리는 사라진다. 그게 직장인의 세계다.


물론 성과가 났다고 하더라도 사내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소리소문 없이 자리가 빠진다.


남들이 보기에 편해보이거나, 좋아 보이는 자리는 하이에나 같은 이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공격적인 성과, 숫자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내가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만드는 것이다. 나였기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음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점수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야구에서 공격만큼 수비도 잘해야 하듯이.


리더의 자격


팀장으로 시간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매일매일이 고민이다. 매일매일 시트콤 같은 하루가 내 눈앞에 펼쳐진다.


팀장으로 발령을 받으면, 팀원이 배정된다.


팀장은 팀원과 성과를 내야 한다. 일을 하든 못하든 팀원모두 나와 함께 한 해를 보내야 하는, 동고동락해야 할 동지다.


팀장은 그들의 능력과 상관없이 그들을 다독여 가며 연말 성과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의 자격'이다.


팀원이 무능하다 투덜거리면 안 된다. 그간 팀원이 무능한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리더로서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는 거다.


능력 있는 이들로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지만 실제 어느 직장이든 리더를 도와 성과를 내보려고 애쓰는 이들은 확률적으로 적다. 그게 슬픈 현실이다.


일을 잘 하든 못하든 팀원들과 한 해를 보내야 하고, 팀장은 연말 숫자를 근거로 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대란 도마 위에 올라 한 해 수명을 연장받았다면, 이제부터 리 또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로 '리더의 품격'이다.


리더의 품격


"함께 갈 것인가, 이별할 것인가"


그런 고민의 미묘한 감정들이 최강야구 '단장의 시간' 챕터에서 느껴졌다. 누구에게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단어들일 수 있겠지만 내 마음속을 파고드는 단어들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모두가 한 해 즐겁게 야구를 했고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다. 감동도 있고 희망도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결국 단장도 숫자로 평가받아야 했을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그 또한 시청률, 광고, 부가수익 등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선수들의 면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따질 수 없는 정성적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성적 부분은 숫자보다 강력하지 못하다.


자칫 잘못하면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자질이 부족한 리더로 보이게 된다. 그러면 결국 아웃이다.


단장도 '단장의 시간' 챕터 전 최강야구 시즌 2024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단장의 윗분들이 펼쳐놓은 평가대 앞에 앉아 간담이 서늘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살아남았고 프로그램의 수명연장을 위해 '함께 갈 것인가, 이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단장도 프로그램을 살려내기 위해 한 해 동안 함께 희로애락을 나눈 동지들인 선수들을 등급으로 나눌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나는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가
요즘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제다


팀원이었을 때 사실 난 지금의 내 모습과는 조금 다른 마인드였다.


그런데 팀장이 되어보니 나 혼자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협력 잘하고 소통 잘하는 이들이 너무도 감사하다.


자신의 일만 잘한다고 되는 건 없다. 모두가 전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 없다. 잘하는 이가 있으면 부족한 이가 있을 수 있다. 성실한 이가 있으면 불성실한 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불성실한 것까지는 봐줄 수 있지만 팀의 화합과 협력을 깨는 이는 함께 할 수 없다. 일을 안 하는 것까지는 함께할 수 있지만 나쁜 말과 행동으로 주변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은 함께 할 수 없다.


리더의 자격은 치열하게 조직을 다독이고 성과, 즉 숫자를 만들어내 살아남는 것이다. 리더의 품격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소통과 협력으로 화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묵묵히 일을 해낸다고 일하는 사람이 독박쓰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일하는 이에게 번아웃이 찾아온다.


노는 이들은 뭘 해도 놀려고 한다. 하지만 방치해서는 안된다.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매일매일이 시트콤 같고 고뇌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을  수 있음에 감사한 날들이다. 이 또한 나의 40대 날들 속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어서다.


리더의 자격과 품격에 대해 요즘 고민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언젠가 이 글을 보며 나의 오늘의 모습, 40대의 날들을 그리워할 날이 있을 것 같아서다.


마무리가 애매하니...

'최강야구 단장님 파이팅!'


최강야구 시즌2025를 기대하는 팬심 가득 담아 광화문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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