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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15. 2016

아침 달리기

불필요한 경쟁의식

출근 길

아파트에서 나왔다. 내리막 길이다.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며 '총총' 거리며 걸었다. 상쾌한 아침이다.


횡딘보도 앞에서 멈췄다. 빨간신호등.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여든다.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밀려왔다.


뛴다

파란불이다. 내 옆 사람이 뛴다. 뒤에서도 뛰어온다. 여기저기서 뛴다.


신경 안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져왔다.


나도 뛰었다. 전력질주했다. 먼저 뛴 사람들은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았다.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르게 뛰는 정도였다.


난 어느새 그들 옆을 달리고 있었다. 나란히...

추월해야하나

문득 쌩뚱맞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란히 뛰다보니 좀 웃긴 것같았다. 기껏 전력질주해놓고 막상 따라잡으니 민망했다.


또하나... 상대를 의식하며 달리면서 '지나쳐야 하나?'를 고민하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어처구니없었다.


이게 뭐라고...

제쳤다. 내가 선두다. '뭐하고 있지?'란 생각에 허무함에 밀려왔다.


'그들은 나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데...

 난 그냥 가던 길 계속 가면 되는데...

 그냥 앞서가면 되는데...'


뜀을 멈추려는 순간 좀 전에 나란히 뛰었던 사람이 내 옆을 스치며 내 앞으로 뛰어갔다.

다시 뛰었다

왜 뛰는지 알 수 없다. 그냥 뛰었다. 걸어가도 회사에 지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난 뛰고 있다.


어쩌면... 경쟁이 나도 모르게 일상이 됐나보다.

헥헥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아침부터 참 많이 힘들다. 숨을 골랐다. 참 쓸데없는 일로 아침부터 기운을 쏙 뺐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나를 되돌아 봤다. 지금 내가 무의식 중에 불필요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지하철에 앉아 타이핑을 하는데... 자꾸 눈이 감긴다. 이미 다리는 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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