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d Coffee Kills Barista
바깥양반이 물었다.
“오빠 뭐 마실 거야?”
“나는 콰테말라.”
“아이스?”
“아니이?!”
“뜨거운 거? 웬일이야 이 더위에.”
“야...난 날씨랑 상관없이 핫이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아이스커피도 라떼도 마시지 않은지가 몇년됐는데 무슨 얼죽아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게다가 오늘은 이 커피가 세잔째다. 모두 뜨겁게 잘만 마시고 있는데 웬일이냐니.
카페인 공급원이 아닌 기호품으로서- 향과 맛을 즐기는 차의 한 장르로서 커피를 즐기게 된지가 한 4년이 넘었다. 집에서 놀고 있던 가정용 에스프레소머신을 학교로 가져와서는 교감 옆자리에서 커피콩을 윙윙 갈아댔고,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원두가 마구 생겨나서 하루에 다섯번 여섯번을 내리게 됐고, 그러다보니 여러 원두를 맛보게 되고 원두를 아끼지 않고 딱 쓴맛이 돌기 전에 추출을 멈추게 되면서, 커피를 정말 맛있게 먹는 것이 나름 중요한 바깥양반과의 카페데이트의 목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라떼를 먼저 끊게 되었다. 나는 원래 우유를 물처럼 마시던 편이라 커피를 즐기게 되기 전까진 늘 라떼였다. 중학교 때 1000미리 우유 두통을 매일 먹을 정도로 우유를 좋아해서, 뜨거운 스팀밀크의 고소한 맛에 커피의 너티함이 결합된 그 맛이 20대와 30대 초반의 나의 커피에 대한 기호였다. 그래서 예전에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전혀 좋아하진 않지만. 스타벅스는 라떼가 맛이 없다.
아이스커피도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다. 쪄죽을만큼 더운 날에 카페를 가도 카페 안은 에어컨이 빵빵하다. 테이크아웃을 한다고 해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다 마시기 전 반드시 어딘가 에어컨이 있는 곳에 당도한다. 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처럼, 쪄죽더라도 핫커피를 마시게 되는 사람은 그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스커피로 마비된 미감으로 아무 원두나 쓴맛으로만 마시게 되는 것이 정말 싫다. 지난해 바깥양반과 다녀온 치앙마이에서도 그랬다. 안그래도 여름휴가라 치앙마이도 퍽이나 더웠지만 4박 5일동안 단 한잔의 아이스커피를 먹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 최대의 커피산지인 태국북부 일대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신선한 원두들과, 그를 커피로 추출해낸 바리스타들의 솜씨를 만끽했다. 저 사진도 그때 찍었다.
얼죽아협회가 커피를 마신 뒤 얼음을 아작아작 씹은 즐거움을 누리듯, 쪄죽핫협회로서 나는 식어가는
커피의 다양한 맛을 만끽한다. 필터커피의 경우 최상의 온도라는 90도에서부터 시작되어, 차츰 책을 읽거나 폰을 하거나 대화를 하면서 70도 쯤으로, 55도 쯤으로, 그리고 마침내 내 입술의 온도에까지 수렴하는 커피의 모금 모금에 나는 마치 변화하는 계절과 같은 다양한 원두의 표정들을 발견한다. 뜨거운 커피는 향을 먼저 느끼고, 미지근한 커피에선 혀에 달라붙는 가벼운 떫은맛을 느낀다. 오늘처럼 창가로 들어오는 산들바람이 커피잔을 간질이는 날에는,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내 몸을 감싸는 신선한 향과 공기를 동시에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나는 영구히 쪄죽핫 협회원이 되기로 했다. 쪄죽어도 커피는 핫이죠. 아이스커피는 바리스타를 미치게 한단 말입니다. 오늘처럼 조금이라도 걸으면 살살 더워지는 날씨. 이제 완연한 봄날엔, 천천히 뜨거운 커피를 즐겨보시는 것이 어떠실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