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치 급식과 같다고 봉구는 생각했다. 시간에 맞춰 급식실에 가면 늘 준비되어 있는 식사, 급식. 순서에 따라 수저와 식판을 챙기고 배식구로 가 음식을 받은 후, 자리에 앉아 먹으면 된다.
봉구의 인생도 그랬다. 시간에 맞춰 학교에 들어갔고 졸업을 한 다음 취직을 했다. 남들 다 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하나 낳았다. TV에 나오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메뉴들이 궁금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봉구는 지금 눈 앞에 놓인 이 식판에 큰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가진 것이 많지 않았으니까. 자신에게는 이 급식 맛 인생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메뉴는 수육에 쌈 채소, 비빔국수와 김치, 그리고 말간 된장찌개였다. 봉구는 늘 그래왔듯이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식사를 마쳤다. 그 다음은 동료들과 커피 타임, 그 다음은 약간의 식곤증이 뒤섞인 업무, 그 다음은 ....
갑자기 급식이 끝나버린 것이다.
“자네도 알다시피 인력을 감축해야 하니까.”
부장이 한 말이라고는 이것이 전부였다. 그 다음 희망퇴직서 신청서가 쑥 내밀어졌고 봉구는 말없이 사인을 했다. 신청서가 내밀어졌으니 사인을 한다, 이 역시 급식과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라인 좀 타라고 했잖아.”
동기인 진철이 등짝을 갈기며 말했다.
“지난주만 해도 그래. 맥주 한 잔 하고 가라니까 기어이 그냥 가더라? 부장 비위도 좀 맞추고 해야 할 거 아냐. 사회에서는 아웃사이더로 살아 남을 수 없다니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이 끝나면 집에 간다. 그것이 봉구가 생각하는 급식의 법칙이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잘렸다는 건가? 봉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주섬주섬 짐을 쌌다. 잘렸으니 나간다. 지금은 그것이 순서였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