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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 라 Jul 18. 2024

파리에 울려 퍼진 ‘대한민국 만세!’

시민을 키우는 프랑스, 국민을 키우는 한국

프랑스, 한국을 모델로


2024년 7월, 프랑스 1차 총선에서 극우파인 국민연합이 33. 14 %로 이례적으로 1위를 차지하며 프랑스인을 놀라게 했다. 국민연합은 반 이민, 반 세계화, 프랑스의 문화적, 사회적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는 국가주의적 기조의 정당이다.*


이민 사회인 프랑스 사회에서 지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큼에도 득표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비록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연합 총수인 장마린 르펜이 2번이나 마크롱에게 패배했지만, 2017년 33.9% 2022년 41.45%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연합의 창립자인 장 마리 르펜(현 당수, 장 마린 르펜의 아버지)이 한국에 대한 발언이 주목받은 적이 있다.


 ‘한국의 놀라운 성장의 비결은 강력한 국가주의와 통합된 국가 정체성 때문이다’는 견해였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국가주도적 경제발전, 이민사회가 아닌 단일 민족 사회의 특성이 한국을 발전시켰다는 주장이다.


다수 민족들이 모여사는 프랑스에서, 한국인만 유독 민족성과 애국심, 국가주의적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냄으로 프랑스 사회에 주목받은 사건이 있다.  


파리거리에 울려 퍼진 ‘대한민국’


사실 1990년대에만 해도 집을 구하려고 부동산에 가서 한국인이라 하면, 어디쯤에 있는 나라인지 질문부터 받았다. 그러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프랑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 때이다.


한국과 이태리의 16강 전이 있던 날 아침, 우리는 모두 빨간 티를 입고 도시락을 싸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파리 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 시청 앞은 두 개의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이태리, 다른 쪽은 한국 진영. 놀랍게도 광장에는 한국인만이 가득하고, 이태리 진영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한 마음으로 박자에 맞춰 봉을 두들기며, 있는 힘을 다해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을 응원했다. 우리의 응원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지나가던 프랑스인들도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다가는 한국인 무리 속으로 들어와 함께 봉을 두들기며 한국을 응원했다.  


결과는 그 유명한 안정환의 골들골, 2-1의 극적 승리로 이태리를 이겼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에 겨워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인 무리는 샹젤리제 거리까지 즉흥적인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퍼레이드는 불법이다. 하지만 그날 프랑스 경찰은 한국인들에게 예외를 적용하여, 즉각적으로 호위차량을 집결해 샹젤리제까지 행진에 동행해 주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프랑스인들은 한국인들이 이렇듯 기뻐하는 것이 신기한 듯, 함께 기뻐해주었다. 이렇게 한국인은 그날 프랑스 사회에 성공적인 공식 인사를 마쳤다.


전 세계에 방송되었던 2002년 월드컵, 붉은 악마들의 열정적인 응원의 모습과, 파리 시청광장에 모여 열정을 다하던 한국인의 모습은, 프랑스인들에게 이색적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비쳤다.


프랑스인에게는, 어쩌면 크게 의식되지 않았던 조국을 향한 열정과 사랑, 같은 국민이란 이유로 ‘하나’된 모습은 신선한 도전이었으리라.


월드컵 이후 우리는 파리 거리에서도, 한국에 대해 달라진 인식을 느낄 수 있었다.


파리에서 매주 금요일 밤은, 구간별로 시내 도로가 통제되고 수백 명의 롤러브레이드 부대가 도로를 질주하는 날이다. 월드컵 승리가 있던 그 주 금요일, 한국인 여러 명과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시내를 함께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나가자 한국인인 것을 눈치채고는, 지나가던 프랑스인들이 여기저기서 ‘’ 한국 만세’’를 외쳐댔다. 마치 파리 시청광장에서 했던 우리의 열띤 응원처럼, 그들도 우리를 응원한다는 듯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프랑스 사회에 심겼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르펜은 한국인의 이런 특성은 ‘국가주의’에서 나온다는 견해를 내며, 프랑스 사회에서 국가주의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2008년, 세계 경기 불황의 불안감과 맞물려, 프랑스인들의 반 이민, 반 세계화, 반 EU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면서,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의 대중적 지지 기반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국민이 아닌 시민을 키우는 프랑스 교육


사실 프랑스에서는,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시민’의 개념이 강조되어 왔다. 이민사회인만큼 학교에서도 프랑스인이 되는 교육이 아니라 유럽 ‘시민’을 만드는 교육에 포커스를 둔다.


애초부터 프랑스는 여러 민족들이 섞여 만들어진 나라이다. 이태리, 벨기에, 폴란드 등 유럽국가에서 이민온 사람, 나중에 식민국에서 강제 이주를 통해 오게 된 사람들, 베트남 난민 등 유럽계, 아시아계, 아랍계, 아프리카계 여러 민족들이 함께 구성원을 이룬다. 그러다 보니 국가 정체성보다는 시민 정체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했다.


앞서 말한 프랑스 교수님이 왜 한국인만의 역사적 자부심에 대해 그리 날카롭게 비판을 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프랑스는 역사 교육에서, 국가 정체성이나 애국심을 고양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나의 국가, 통합된 민족을 강조하며 역사 이야기를 엮는 교육은, 일종의 세뇌라는 비판 의식이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역사 교육은 프랑스인이라는 의식보다는, 역사 속에서 사회가 어떻게 발전되고 변화되어 왔는지를 분석하며 유럽사회의 한 ‘시민’이 되도록 하는 교육에 맞춰져 있다. 프랑스인에게 역사공부는 지나간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반면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한국의 역사 교육과 프랑스의 역사 교육을 비교하면 ‘세뇌’ 교육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생긴다. 교수님 생각에 대표적인 것이 ‘한국은 5천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긴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설화를 사실처럼 교육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평가와 나폴레옹을 주제로 한 시리즈가 티브에서 상영되었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유명하지만 ‘역사의 주인은 왕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의식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의 역사를 크게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세계주의에서 국가주의로 돌아서는 세계의 강국들


프랑스의 국민연합의 주요 기조는, 민족주의, 반 이민주의, 자국 경제 우선 주의로, 미국의 트럼프의 주장과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세계화의 중심에 서 있던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이제 오히려 조금씩 세계화에서 자국의 이익 보호를 우선순위로 두는 국가주의로 재균형을 찾는 시도를 하고 있다.


북한이나 러시아, 중국은 서로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강한 국수주의 정책으로 자국의 세력을 키워나가며 외세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반면 더욱 세계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세계화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 언젠가 세계화의 중심지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이 세계화의 중심에 서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영어권 글로벌 뉴스채널로 미국에 CNN이 있다면 불어권 글로벌 뉴스 채널로는 France 24가 있다. France 24는 2006년 설립 당시 사무소를 서울에 둘 계획을 고려했었다. 글로벌 뉴스의 중심지로서 제 3국인 서울의 전략적 위치 때문이었다. 이 계획은 물류적, 전략적 이유와 제정적 제약 등으로 당시 실현되지 못했고 파리에 본사를 두게 되었다.


항상, 어디에서나 나는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각주

*국민연합은 현 당수인 마린 르펜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1972년 설립한 극우성향의 정당으로, 초기 당명은 국민전선이었다가, 마린 르펜이 2018년 국민연합으로 당명을 변경하였다. 2011년 당 대표가 된 마린 르펜은, 그동안의 극우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전략으로, 지지 세력이 확장. 세금 감면, 복지확대, 자국 경제 보호 등 포퓰리즘 정책, 반이민 기조를 유지하며 국가 안보, 국가 정체성 보호 명분을 세워지지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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