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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Aug 06. 2024

부추전

(너라는 묘목) 너와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비가 온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이면, 

우리 엄마의 부추전 냄새가 코끝에 맺힌다.



우리 엄마는

반기는 이도 없는 부추전을

비만 오면 부쳤다.



부추의 향긋한 향도 맛도 느끼지 못하면,

부추전은 

그냥

밀가루 전에 지나지 않는다.  



문 열고 들어서면 

집안 가득 스며든 기름 냄새가 

훅하고 

나를 밀어내던 비 오던 날,



지금까지도

비만 오면 

코끝에서 그 기름 냄새가 스물스물 살아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부추전을 부친다. 



부추전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무언가에 홀리듯 부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 부추전을 잘 먹는다.     



비 오는 날,

부추전을 부칠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아이가 잘 먹는다. 



아이의

말수가 줄어들고, 

눈빛은 변했지만, 



부추전은

비 오는 날의 서늘한 기운 같은 

서로의 냉랭한 기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줄어든 대화는 추적대는 빗소리로 채우면서 


   

아이와 엄마를 둘러싼 공기와 마음을

순간적으로나마

훈훈하게 달궈주는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위로하고 감싸주려는 마음으로 

비만 오면 

부추전을 부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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