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묘목) 너와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비가 온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이면,
우리 엄마의 부추전 냄새가 코끝에 맺힌다.
우리 엄마는
반기는 이도 없는 부추전을
비만 오면 부쳤다.
부추의 향긋한 향도 맛도 느끼지 못하면,
부추전은
그냥
밀가루 전에 지나지 않는다.
문 열고 들어서면
집안 가득 스며든 기름 냄새가
훅하고
나를 밀어내던 비 오던 날,
지금까지도
비만 오면
코끝에서 그 기름 냄새가 스물스물 살아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부추전을 부친다.
부추전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무언가에 홀리듯 부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 부추전을 잘 먹는다.
비 오는 날,
부추전을 부칠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아이가 잘 먹는다.
아이의
말수가 줄어들고,
눈빛은 변했지만,
부추전은
비 오는 날의 서늘한 기운 같은
서로의 냉랭한 기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줄어든 대화는 추적대는 빗소리로 채우면서
아이와 엄마를 둘러싼 공기와 마음을
순간적으로나마
훈훈하게 달궈주는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위로하고 감싸주려는 마음으로
비만 오면
부추전을 부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