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짓는남자 May 08. 2023

오늘도 역시나 퇴사가 마려웠습니다 - 프롤로그




'경제적 자유'

'월 1,000만 원'

'파이어족'


포털사이트에서 N잡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이 세상에 직장인은 나 혼자 뿐인 듯 느껴진다. 다들 직장에 다니지 않고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인다. 연봉 1억, 세후 660만 원만 벌어도 우리나라 국민 소득 구간 4%에 속한다.  연봉 1억만 해도 상위 클래스인데 그 두 배에 가까운 월 1,0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어찌 그리 많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나만 빼고 다 그렇게 버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월 1,000만 원이라는 키워드가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서 메아리친다.


나도 월 1,000만 원을 벌 수 있을까? 글쎄. 그걸 장담할 수 있었으면 진작 퇴사했겠지. 늘 퇴사가 마렵지만, 직장을 박차고 나가면 당장 손가락을 빨아야 하기에 차마 처자식을 굶길 수 없어서 퇴사 욕구를 누르고 매일 아침 꾸역꾸역 지옥철에 오른다. 지옥철에 올라 오징어가 되면 나도 기사가 운전해 주는 차로 출퇴근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온몸을 감싼다. 아니 소박하게 만원 전철을 피해서 나도 우리 사장님처럼 늦게 출근하고, 아무 때나 집에 들어가는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꿈을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 꾼다. 정말 소박하지 않은가.


어김없이 월요병이 도지는 월요일이면 퇴사가 몹시 마렵다.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주말이 가까워 올수록 다행히 퇴사 충동이 찾아든다. 현실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다. 사장님은 뭐가 그렇게 불만이신지, 월화수목금토, 매일 사직서를 면전에 던지고 회사문을 박차며 나가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냉정한 현실이 나의 화를 억지로 찍어 누른다. 그렇게 사장님과의 사투를 일주일 동안 벌이다가 금요일 저녁이 되면 꿈에 그리던 일탈을 저지른다. 퇴사 대신 퇴근으로 이틀간 안전한 일탈을 누린다.


이 글을 쓰는 어느 날, 역시나 퇴사가 마려웠지만 간신히 참았다. 이러다 마음속 변비(?)가 오는 건 아닌가 염려가 든다. 하지만 어쩌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걸. 직장인이라면 참아야 하는 게 숙명인 걸. 그래서 오늘도 현실에 순응한다. '평생 직장인'과 '월 1,000만 원 수익' 사이에서 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오늘도 갈팡질팡한다. 과연 나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 나도 모르겠다. 미래를 점치는 대신 퇴사가 마려울 때마다 한 꼭지씩 글을 쓰련다. 글을 쓰며 마음속으로 외쳐야겠다.


"아, 정말 퇴사 마렵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