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 3.31km
오늘도 일단 달려본다.
첫 러닝의 경험은 짜릿했다. 내 의지로 길을 따라 달려본 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어둑해진 하늘을 따라 색을 바꾼 짙은 나무들, 이 세상에 혼자인 듯 고요하고 차분하게 흘러내리는 하천 소리, 선선하게 얼굴에 맞닿는 시원한 바람, 달리는 발소리에 맞춰 헐떡이는 내 숨소리까지. 이런 감정은 이제 겨우 한번 뛰어놓고선 '나 러닝에 빠진 거 아니야?' 하는 섣부른 착각으로 친절히 인도한다. 그래서 오늘도 일단 달려본다.
오늘은 어제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목표를 잡았다. 20분 달리기. 어제의 페이스대로라면 3.5km 정도 뛸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빠르고 느린 페이스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장거리 러닝도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보려 했다. 러닝 기록용으로 사용하는 어플에 러닝 코치 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중 20분 달리기 세션을 선택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제 뛰었으니까 오늘은 좀 수월하겠지'하는 마음으로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웬걸, 겨우 500m 뛰었는데 너무 힘들다. 아 맞아, 어제도 이랬어, 대체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그래도 일단 달려야지. 다행히도 오늘은 코치님이 함께 뛰어준다. 내가 지칠만할 때쯤이면 찾아와 응원을 해준다. 지금 달리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너무 멋진 일이니 스스로를 칭찬해 주라며 응원해 주는 코치님. 감사해요.
달리는 동안 들려주는 코치님의 이야기는 앞으로의 내 러닝 생활을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매번 같은 구간을 뛰다가 다른 코스를 뛰는 것도 큰 도전이고 성장이며, 때로는 러닝이 잘 되는 날도 있을 테고 평소보다 엉망일 때도 있을 거라면서 그때마다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달리는 순간을 즐기라는 그런 이야기. 어찌 보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인데 내게 이상하리만큼 깊게 박혀왔다. 앞으로 달리면서 힘들 땐 이 말을 떠올려야지.
"자 이제 10초 남았습니다. 10, 9, 8…, 3, 2, 1! 해냈어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러닝을 마쳤다. 가파른 숨을 가다듬으며 코치님의 리드에 따라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풀어주었다. 러닝이 끝나고 몸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구나, 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기록은 3.31km, 평균 페이스 6.01분. 어제보다 10초가량 늦은 페이스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2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는 거 자체가 나한테는 더 중요했으니까. 괴로운 순간이 많았음에도 끝났을 때 쾌감이 중독적이라 또 달리고 싶어 진다. 매일 달려도 괜찮은 걸까? 나 오버하는 거 아니야? 괜히 오버 페이스하다 중도하차할라.
초보 러너는 이렇게 의욕을 품은 채 두 번째 러닝을 마쳤다.
마라톤처럼 내 러닝 라이프도 장거리일 테니 마음을 가다듬고 긴 호흡으로 천천히 러닝을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