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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규 Jinkyu Park Jun 17. 2020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잘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원씽’을 찾아라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을 아시나요? 

1999년 개봉한 유오성, 이성재 주연의 액션 코미디 영화로, 저는 이 영화에서 단순 무식한 캐릭터로 나오는 유오성의 명대사 "난 한 놈만 패!"를 기억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씽’을 찾아라


창업을 준비하면서 제게 큰 영감을 준 책 <원씽(The One Thing)>을 소개합니다. <원씽>의 저자 게리 켈러와 제이 파파산은 성공의 열쇠가 ‘모든 일’을 다 잘했을 때가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일을 ‘가장 적합한’ 순간에 해냈을 때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인생의 성공과 행복의 진리는 바로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원씽을 찾아 집중하고 파고들었을 때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잘할 수 있는 이유는 <주유소 습격 사건>의 ‘무대포’와 <원씽>이 말하는 것처럼 한 놈만 패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 자주 하는 실수를 살펴보면 결국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하나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맛집을 생각해보면 바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개인적으로 북촌에 있는 곰탕집을 참 좋아하는데, 그 집은 메뉴가 곰탕 하나, 반찬도 깍두기가 전부입니다. 오래된 맛집에 사람들이 계속 줄을 서는 이유는 그 집의 대표메뉴가 그만큼 맛있기 때문이지, 메뉴가 다양해서도 인테리어가 예뻐서도 주인이 친절해서도 아닙니다.


스타트업은 자신이 잘 싸울 수 있는 전선을 최대한 작게 설정해야 합니다. 


혹시 여러분의 스타트업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시나요? 그렇다면 <원씽>의 저자 게리 켈러의 이론을 잠시 빌려오겠습니다. 저자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미노의 원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성공에 필요한 일들은 ‘순서’가 있고, 가장 알맞은 타이밍에 첫 번째 일을 ‘제대로’ 해낼 때 다음 도미노가 넘어지면서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과연 전체를 봤을 때 첫 번째 도미노인지 인지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스타트업의 전사적 리소스를 그 첫 번째 도미노를 넘어뜨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플랫폼, 플랫폼' 하지 마세요. 고객 한 분도 없으시잖아요.


요즘도 주변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참고로 저 역시 그런 창업자 중 한 명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물론 성공한 내 모습을 그리며 상상하는 건 너무도 신나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즐거운 일이지만, 때로는 꿈이 꿈을 낳으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실 예비 창업자들이 준비하는 거의 모든 사업 아이디어들이 작은 생각에서 시작해 플랫폼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업 아이디어가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실제로 성장한 게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만 성장한 것입니다) 이후 무궁무진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펼쳐집니다. 당연히 수익성도 엄청납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사업 아이디어, 하지만 현실은?


이쯤에서 2005년 제가 구상했던 사업 아이디어를 하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수능시험 점수로 국내 대학에 갔지만 일 년 후 SAT와 essay 준비, 인터뷰를 거쳐 미국 대학에 편입했습니다. 지금은 SAT를 보고 미국 대학에 가는 게 꽤 흔한 일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대학입시와 미국 대학입시를 동시에 경험한 사람은 상당히 드물었습니다. 

더구나 IMF 이후 취업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대학을 마치고 돌아온 제가 번듯한 직장에 취직했다고 하니, 주변에서 자녀를 국제적인 인재로 키우려는 부모님이나 해외 진출에 관심있는 후배들의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듣기에는 너무 기초적인 질문들이 많았고, 그래서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미국 대학입시에 관심있는 부모님과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모아 명문대학교 캠퍼스 투어를 하고 현지 유학생들을 만나 입학 과정과 실제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여기에 뉴욕, 보스턴, 워싱턴 D.C. 등 미동부 주요 도시의 금융, 법조, 행정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직장들의 입사 과정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지면 더 재미있고 유익한 컨텐츠가 될 것 같았습니다. 제 지인과 지인의 지인까지 확장하면 아주 불가능한 얘기도 아닐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미국 유학을 생각하는 부모님과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니 SAT학원, 유학원 사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현지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이니 현대미술을 전공한 큐레이터를 연결해서 뉴욕현대미술관 투어를 기획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요즘 유명한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의 사업모델과 비슷하지 않나요? 



스타트업의 원씽은 ‘고객 확보’


지금 당장 단 한 명의 고객도 없으면서 이미 100명 이상의 고객이 있다는 전제로 머릿속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중요한 건, 제가 제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 이상으로 발전시키지 않았고, 이를 구매하는 고객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업은 실행입니다. 아이디어는 중요하면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제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려고 노력했다면 저는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기존 사업모델을 발전시켰을 수도, 아니면 아예 방향을 바꿔 피봇(pivot)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업은 고객이 모이면 플랫폼화 할 수 있고,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객이 많이 모여야만 확장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들은 잠시 쓰레기통에 버리셔도 좋습니다. 대신 실제 지갑을 여는 고객 1명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그 노력은 아마 당신의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바로 게리 켈러가 말하는 ‘원씽’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인지엑스 직영 매장에서 처음 고객이 결제를 하는 모습입니다. 실은 제 친구입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첫 고객은 아니지만 힘들 때 종종 이 사진을 보면서 힘을 내곤 합니다.


여러분의 사업에 ‘The One Thing’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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