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이것은 진은영 시인의 <가족>이라는 시 전문입니다. 꽃이 든 화분과 가족을 잘 비교해서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이지요.
밖에서 볼 때는 정말 아름다운데 이상하게 집에만 가져오면 시들시들 말라죽는 꽃을 보고 시인은 아마도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린 것 같습니다. 떨어져 있을 때는 한없이 그립다가도 막상 집안에 함께 있을 때는 가족들로 인해 남들보다 더한 상처를 받기도 하니까요.
오랜만에 시 치료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상처’라는 단어에 오래 눈길이 머뭅니다. ‘상처’는 ‘다친 곳의 자리’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다친 곳’에는 분명 다치게 만든 대상이 있게 마련입니다.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앉아 아물기 시작하고 서서히 딱지가 떨어져 나가면서 흉터로 남습니다. 그러나 흉터도 언젠가는 희미해져 식별이 어려운 시간이 오겠지요.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상은 있으되 여간해서 잘 아물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잘 아물었다 싶었는데 작은 도화선 하나에도 다시 피 흘리며 환부를 드러내는 것, 그것이 마음의 상처입니다.
시는 이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활용됩니다. 내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이미지나 직유, 은유 등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인데 자꾸 꺼내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와 마주하다보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상처를 흉터로 만드는 마술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그저 내 마음이 가 닿는 자리를 떠올리고 그 자리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 후 글로 써보면 됩니다. 그 질문에 대해 특별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상처를 오래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시 치료에서는 내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단어나 문장으로 써 보는 방법을 권합니다. “만일 내가 특정한 관계 개선을 위해 시를 쓴다면 그것은 나와 ○○○과의 관계이다”라는 문장에 빈 곳을 채워 넣은 후 이어서 “내가 그 관계에서 가장 즐겨 쓰게 될 주제는 ○○○이다”로 연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종이 위에 생각나는 단어들을 모두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가 보면 낙서일 수 있지만 그것은 내 안에서 나온 것인 만큼 내 마음을 대변하는 단어일 확률이 큽니다. 그런 일련의 질문들을 통해 우리는 내 마음 속에서 오래 머물렀던 것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내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나와 대면하지 않았던 것들을 호명해 직접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내 안에 숨겨진 상처와 만나는 것은 두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내 안의 상처들을 대면하고 내 마음의 근육을 키워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지금의 힘든 현실을 조금은 더 잘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