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소리

by roads

내 몸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입이 벌려지고 가벼운 신음이 나온다. 몇년 전만 해도 긴급시에만 나왔었는데 수시로 나온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알리는 신호가 아니다. 내 몸 주변에 아무도 없을 을 때도 가볍게 신음이 나온다. '아이고' 하며 흔들리는 나에게 조심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으차'하며 나의 몸에 힘을 주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소리는 입에서만 새어나오지 않는다. 무릎 관절에서 뻐걱뻐걱, 목 주변에서 버석버석 소리가 난다.


몸에서 부딪히는 소리만이 아니다. 세상과 부딪히는 소리도 달라진다. 신체적 장애만이 아니라 문화적 장애가 쌓여지는 것이 나이듦이다. 집 안에서, 시장에서, 광장에서 친밀하지 않은 눈길과 만난다. 세상이라는 속도는 일방적이어서 내가 맞혀야 하지만 쉽지 않다. 세상 속도가 어지럽다. 아기처럼 세상은 종종 낯설다. 아기 때는 내 손을 잡아주던 어른이 있었는데. 그래서 마구 호기심을 드러낼 수 있었고, 세상을 보며 즐거웠는데. 이제는 호기심을 갖고 부딪히기에는 버겁다. 오히려 세상은 혼잡하니 나오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보호를 위해 격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느려짐에 대해서 나조차 인식부조화를 일으킬 때도 있다. 나도 나의 변화에 놀란다. 느려지는 내 신체와 부조화에 종종 예민해진다. 이제는 달팽이처럼 살아갈 때이다. 격리된 삶이 아니라 세상에 온 몸을 대고 느리게 가자. 빠른 속도가 어지럽지만, 그 느림으로 다시 세상과 호흡해보자. 달팽이처럼 살아가는 길이 찾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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