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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연 Dec 17. 2023

1분 동안 쉬는 숨의 횟수가 말해주는 진실

여러분은 1분에 숨을 몇 번 쉬어요? 들이쉬고, 내쉬고를 한 번으로 쳤을 때요


요가 수업을 하다 ‘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의 숨을 세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1, 2, 3, 4, 5, … 60


우리는 최대한 평소와 같은 속도로 숨을 세었다. 그리고 1분 뒤, 각자 몇 번의 숨을 쉬었는지 이야기하는 순간. 점점 불길한 기분이 덮쳐왔다.


“12번이요.”

“17번이요.”

“저는 10번이요.”


“25번…이요.”


나의 숫자가 입밖에 나오는 순간, 모두들 웅성대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25번. 나는 1분 동안 거의 1초에 한 번씩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평균 10~20회가 정상이라고 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모두 정해진 양의 숨을 쉰다고 해요. 숨을 그렇게 많이 들이쉬고 내쉬면, 정말로 빨리 죽을 수도 있어요.”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호흡이 빠르고 얕게 흐른다. 심장 박동은 느리게 일어나지만 호흡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만성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뇌 기능이 차단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 베셀반데어콜크 저서 <몸은 기억한다>


숨은 몸이 보내는 마음의 신호다. 그런데 과거에 충격적인 일을 겪은 사람은 이 신호가 망가져 버린다. 불안할 때만 숨이 가빠져야 하는데, 지금 아무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시 하세요. 지금 수련을 하는 게 아니라 몸만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숨을 제대로 쉬어야지.


우연히 옆자리 수련자에게 선생님이 던지는 따끔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보다 훨씬 동작을 잘하는 분이었는데 선생님은 저런 말씀을 하셨다. 수련자는 조용히 첫 자세로 돌아가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요가를 하며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숨을 쉬라’는 말이었다. 아쉬탕가 요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자세를 시켜 놓고 나에게 숨을 쉬라고 가르쳤다. 꾸역꾸역 몸을 욱여넣어 자세를 흉내 내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저 멀리서 소리친다.


“숨 쉬어요 숨!”


요가는 사실 ‘숨’이 전부인 운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보잉에서도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오래 버티는데, 그럼 요가랑 비보잉이랑 무슨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요가 선생님께서는 ‘숨’이라고 답했다. 요가는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자세 속에서도 깊게 숨 쉴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자신의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것이 요가의 진정한 자세라고.


아쉬탕가 요가는 질문한다. 과연 어려운 자세에서나 쉬운 자세에서나 똑같이 깊게 숨 쉬고 있는가. 고통 속을 온전히 바라보고 잔잔히 머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수련자에게는 이렇게 답한다. 고통은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볼 때, 고통은 고통이 아니게 된다고.


고통을 피하지 마세요. 고통 그 자체가 되지 마세요. 그저 있는 그대로 고통을 느끼고, 내가 그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관찰하는 관조자가 되세요. 그것만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 에크하르트 톨레 저서, <이 순간의 나>


무언가에 중독이 된다는 것의 핵심은 '고통을 회피하는 것'에 있다. 술로 피하고, 음식으로 피하고, 쇼핑으로 피하고, 일로 피한다. 그렇게 한번씩 한번씩 고통을 외면하다 보면 어느새 삶은 그 굴레 속에서 자동적으로 굴러가는 감옥이 되어간다.


요가는 모든 굴레를 깬다. 왜 동작이 힘들다고 숨이 짧아져야 하는가? 왜 고통을 피해야 하는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말들을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 본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한 번은 깊게 숨 쉬어 보며, 폭풍 속에서도 고요한 '태풍의 눈'이 되어 보며.


직면해 본다.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예상치 못한 파도가 덮쳐올 때. 두 눈을 감고 저 멀리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온전히 맞아내는 힘을 길러본다. 그렇게 고해 속에서 깊게 숨 쉬며, 언젠가는 지나갈 파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 삶에 파도가 덮쳐오지 않을 때도 깊게 숨 쉴 수는 없을까. 언제나 폭풍을 대비하는 삶이 아니라, 폭풍이 없는 맑은 날도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일상을 누려볼 순 없을까.


1분에 25번의 숨. 이제는 그 폭풍 같았던 파도가 과거의 일임을 받아들이며, 현재의 숨에 평안히 머물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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