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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답정너

내로남불이 시대를 관통하는 이유

by Braun

내로남불은 현시대를 관통하는 4글자입니다.

공정과 정의라는 거창한 말도 있지만, 내로남불이 훨씬 흥미로운 단어죠.

제가 사회생활하는 동안 이 내로남불과 지독하게 싸워왔습니다.


우리나라는 협업에 약합니다. 회의는 지지부진하고 의미 없는 미팅만 수도 없이 증가합니다.

이 문제를 의사결정이 불명확해서라고 탓하기엔 권한이 분산된 조직의 존재 이유가 부정되는 꼴이기에


정답에 집착하는 대한민국 교육때문일까요?

압축성장을 위해서는 이미 성공한 길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그 자리는 이제 중국, 베트남, 인도와 같은 국가에 내줬고 우리는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교육은 바뀌지 않았죠. 더 정확히는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협업 붕괴의 3단계 이론

1단계 나는 맞고 너는 틀려 - 현재

2단계 나라면 맞겠지만 너라면 틀릴 거야 - 미래

3단계 나였다면 맞지만 너였다면 틀렸어 - 과거


조직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1단계 인물들이 많아질 때부터입니다.

외부인재가 급속히 영입되는 기업, 인사적체가 매우 심한 기업 양 극단에서 모두 발생합니다.

아직 서로가 다 파악되지 않아 현재만을 아는 사람도, 히스토리가 다 파악된 사람도,

결국 모든 조직에서 보물 찾기처럼 미친 듯이 정답 찾기에 매몰됩니다.

그런데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오답자를 낙오시키는 것으로 주객이 전도됩니다.


이런 갈등이 극대화되면 2단계가 발동되면서, 발생되지도 않은 일의 답지를 맞춰보기 시작합니다.

"쟤는 뭘 해도 안돼. 저런 애를 왜 안 자르는지 몰라. 쟤가 담당이면 계속 망가질 거야"


3단계는 파국입니다.

"그때 그거, 김 대리가 했으니까 그렇게 된 거야"


, 조직의 신뢰 퍼즐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에서 흩뿌려지듯 산산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사망선고를 외칩니다.

"나 쟤랑 같이 일 못합니다"


1) 협업은 서로가 같은 답을 외칠 때까지 토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의견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 내 의견이 더 적합한 이유를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설득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틀린 이유를 설명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2) 협업은 객관식 문제가 아닙니다.

틀린 답을 골라내거나 맞는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모두 정답을 가지고 논의하는 곳입니다.

택 1이 아닌 더 옮고 명확한 답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모두가 같은 정답을 공유해야 미팅은 종료될 수 있습니다.


3) 협업은 공정하지 않지만, 정의로워야 합니다.

업무의 숙련이 다르고, 받는 대가가 다른데 공정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더 많이 발언하고, 누군가는 더 많이 경청해야 합니다. 더 전문가는 많은 의견을 내야 합니다. 단, 그러한 차이가 정의로워야 합니다.

PT발표에 "음.. 나쁘지 않은데"라고 말하는 팀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도무지 정의롭지 않은 광경이죠.


4) 아무나 협업에 참여하는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협업이냐에 따라 "협업이 필요한 구성원"과 "협업의 결과에 따라 지시받는 구성원"이 필요합니다. 갓

난아기를 투표장에 데려다 놓는다고 직선제가 더 신성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또, 늘 정해진 사람만 협업에 참여하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것이 누구든 이번 협업에 참여할 전문성이 없다면, 지시받는 위치로 이동해야 합니다.


나를 더 우수하다고 가정하지 않고, 타인의 우수함을 보지 못한 본인을 탓해보시기 바랍니다.

너는 틀렸다고 가정하지 말고, 다른 관점을 보지 못한 나를 대입해보시기 바랍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귀 막지 말고, 그 의견 속에 보석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협업이 시작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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