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0개월회사일기,그중 24개월을 정리하며

2년,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다.

by 하이히니

일을 시작하고 24개월이 지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뚝딱! 하고 지나가버린 짧은 시간 같다가도, 그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텼는지를 되돌아보면, 그 하루는 참 버거운 날들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간 동안 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았다.


이 글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덜 잃고, 더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24개월 동안 근무하며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바빠도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

KakaoTalk_20201130_180238996.jpg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건강'에 대해 상당히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 앉아있는 사무직인데, 몸이 축나 봐야 얼마나 축나겠어? 근데 그건 정말 큰 착각이었다. 무조건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바라보는 일은 건강한 사람의 건강도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었다. 하물며, 나처럼 원래 체력이 엉망인 사람은 어땠겠는가?


2년 차가 되었을 때 내가 만성적으로 앓고 있던 질병을 정리해보자면, 두통, 거북목으로 인한 어깨 및 목 통증, 이명, 안구건조증(안구가 너무 건조해져서 가끔 각막이 손상되어 눈이 잘 안 보이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허리 통증, 손목터널 증후군, 위경련, 그림에는 나와있지 않은 피부질환 등등이 있다. 스트레스와 이 질환들의 증상은 비례했다. 어느 순간부터 난 1년 내내 정형외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 각종 병원을 돌아다니며 이 증상들을 치료하며 보냈다.


참고로, 회사 동기들 중에 평소에 운동을 꽤 많이 하던 동기들은 나보다 훨씬 건강하게 지냈는데,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동기들은 심하면 수술을 하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2. 회사 안에서 즐거운 일을 한 가지 정도는 만들어 놔야 한다.

나는 출근이 너무 싫었다. 회사만 생각하면 막연하게 두렵고 괴로워서 그런지, 출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암담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회사로 음료를 배송받아서 먹기 시작했는데, 그중 수요일에 오는 음료가 내 입맛과 너무 잘 맞았다. 그래서 그나마 수요일에 회사 가는 것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나중에는 일주일 내내 그 음료가 오도록 주문을 넣었고, 예전보다 회사 가는 것이 덜 힘들어졌다. 물론 이 음료가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분명 있었지만, 적어도 출근이라는 것을 조금은 덜 괴롭게 해 주었다.


3. 회사 밖에서 즐거운 일을 무조건 만들어 놔야 한다.

2번과 대립하는 내용 같지만, 2번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3번은 필연적인 것이다. 회사는 우리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괜히 회사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인생이 더 괴로워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 운동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아니면 혼자 넷플릭스를 보든, 뭔가 회사 밖에서 내가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무조건 만들어 놔야 한다. 그래야 회사 밖에서 회사에 대한 모든 생각을 접고 조금이나마 힐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버티며 살 수 있다.


4. 힘든 일을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이 좋다. 단, 상대방이 괴로워하지 않을 때까지만!

힘든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간직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근데 내 경험상, 세상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보이던 누군가도 본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누군가 앞에서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뭔가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릴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 듣는 상대방이 괴로워하지 않을 때까지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힘든 이야기를 서로 위안이 되며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렵다면 차라리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정부에서 하는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많으니, 그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5. 내가 한 일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초조해하고, 무리수를 둘 필요 없다.

세상은 애초에 불공평하다. 회사에서 일부 직원들에게 일이 몰리는 현상은 너무 당연하다. 늘 다른 구성원들보다 일이 많았던 나는, 참으면서 일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분노와 불평이 쌓아 두었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를 다니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

물론, 그 문제 있는 사람들이 해고당하는 일을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시간이 쌓이다 보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누가 알아봐 주고, 언제고 보상을 받게 된다. (https://brunch.co.kr/@ilovesummer/56 이 이야기를 참고하시라..!)


6. 지금 다니는 이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다. 입사하는 과정도 어려웠을 것이고, 회사에서 버티는 과정도 참 힘들겠지만 어쨌든 회사는 우리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절대 절대 아니다. 나는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내가 멀쩡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던 사람이어서 나를 갉아먹으며 회사를 다녔지만, 회사는 나를 갉아먹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아니다.

나보다 빨리 회사를 손절한 사람들이 있는데, 다들 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는데도 지금 다른 곳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저 나이에 안정적인 회사 나가서 어떻게 살려고.'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이지만, 살 길은 충분히 있다. 너무 아니라고 생각되고 괴로우면, 내 인생의 전부도 아닌 회사에 목숨 걸고 살 필요 없다.


이 이야기를 마음에 간직해서, 덜 잃고 더 얻는 회사생활하시길!



성과 발표 자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폭주하던 이정필 수석은, 정기 인사철이 되기도 전에 팀을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런 빌런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는 숨죽이고 있던 소악마들이 얼굴을 내밀기 마련이었는데...투비 컨티뉴

https://brunch.co.kr/@ilovesummer/6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