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의 순미 씨는 세 칸짜리 집에서 강아지 3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방에서 나오는 순미 씨는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근래 염색을 하지 않은 건지 머리 뿌리가 희끗하게 보였고 눈가에 주름과 다크서클이 그녀의 피곤함의 농도를 알려주었다.
주방에서 커피를 타는 그 손만봐도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거칠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몇 년간 만남을 유지하던 남자와도 정리한 그녀는, 혼자가 편하다며 커피 두 잔을 가져와 담배 한대를 물고 말한다.
" 그놈 자식의 딸이 얼마나 까탈스럽던지 몇 년이 지나도 엄마 소리 한 번을 안 해. 그리고 개가 털 날리는 게 당연하지 말이야. 그 놈팡이도 똑같아 편을 들어주려면 똑바로 들어주던가 "
뒤이어 계속되던 불만은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이어지다 이내 커피가 식어갈 때쯤 사그라 들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담배 한 가치를 더 입에문다.
흰털에 10킬로는 돼 보이는 개가 까만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발치에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갈색의 제법 무게가 나가 보이는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흰색의 비슷한 덩치의 강아지가 어미개의 옆에 딱 붙어 있다.
순미 씨는 간식봉투 하나를 뜯어 3마리에게 개껌 하나씩을 나눠 주더니, 앞에 있는 여자에게 퉁명스럽게 말을 뗀다.
"그래서 왜 왔는데 "
여자가 대답한다.
"그냥 엄마 밥 먹고 싶어서. 욕다 했으면 밥이나 좀 줘. "
"너는 엄마가 헤어졌다는 대도 할말이 그게 다야?"
"나는 엄마 연애에 관심 없어. 담배 그만 피고 밥 줘."
순미 씨는 무릎을 짚으며 일어나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편식이 심했던 여자는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입맛이 자라지 못했다.
마냥 어린이 인채로.
그래서 늘 언제 올지 모를 그녀를 위해 순미씨의 냉장고엔 소시지와 김 등의 반찬이 준비가 돼있었다.
그리고 여자가 좋아하는 계란말이를 할 준비를 하려다 강아지와 놀고 있는 모습이 신경 쓰여 한마디 한다.
"개 만지지 말아 알레르기 있으면서. 애들 다 방에 넣어둬. 알레르기약 먹고."
김이 모락 나는 조개미역국과 칼집난 비엔나소시지, 그리고 김과 계란말이로 금세 한상이 차려졌다.
역시나 편식이 심한 여자는 조개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미역국은 손도 안 댄다.
어린아이처럼 소시지와 김 , 계란말이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하는 여자.
남은 커피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미 씨.
65살의 순미 씨는 대한민국 등본상 결혼하지 않은 처녀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서류상 미혼모로도 기재되지 못한 35살의 친딸 미영이가 있다.
혼인도 하지 못한채 태어나 젖한번 물리지 못하고 보낼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아이.
순미씨에겐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