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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lin May 08. 2024

5월8일 어버이날

1-6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후.


순미씨의 집안으로 들어가자 개3마리가 익숙한듯 그녀에게 꼬리치며 달려든다.

그녀는 가방에서 일러지약을 꺼낸후 물도없이 약을 꿀떡 삼키더니 한마리씩 쓰다듬어주며 순미씨에게 한마디 건낸다.     


" 엄마 배고파 "     


주방에 서있던 순미씨가 대답한다.     


" 손씻고 약부터 먹어. 너 좋아하는 백숙했어 . "     


식탁에는 여전히 김과 소세지가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고, 약재로 진해진 건지 오래 끊여 진해진건지 알수없는 국물사이로 닭백숙이 거만하게 배를 내밀고 있다.

젓가락을 집고 껍질만 깨작거리는 그녀를 본 순미씨는 그릇안의 닭들을 해체 시키더니 닭다리 하나를 미영의 밥그릇에 올려주었다.     


"엄마는 안먹어?"     


미영의 질문에 순미씨가 퉁명스레 대답한다.     


"니가 점심지나서 오는 바람에 배고파서 먼저 먹었지".     


미영은 못들은척 밥 한숟가락을 떠 입에 넣는다.

겨우 닭다리와 닭날개를 하나씩 먹은 그녀는 배가 부르다며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 그게 다 먹은거야 ? "     


미영이 한숟가락 뜰때마다 앞에서 지켜보던 순미씨는 젓가락을 내려놓자마자 한소리한다.     


"요즘 입맛없어 . 그래도 엄마밥이라 많이 먹은거야"     


순미씨가 상을 치우는 동안 미영은 남은 닭고기를 발라 개들에게 나누어준다.

곧이어 순미씨가 커피 두잔을 가져오더니 여전히 거칠어져있는 그 손으로 한잔을 그녀의 앞에 놓아준다.     


"그래도 어버이날이라고 왔네 "     


마치 자기 할일을 다 끝낸듯 순미씨는 그녀앞에 마주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이야기한다 .

미영은 이제 본인 차례인듯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내밀며 순미씨에게 말한다.     


"응 어버이날 축하한다고 . 나름 효자잖아"     


봉투를 보자 활짝 웃는 순미씨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짓는 미영 .     


" 뭘 이렇게 많이 넣었어 "      


"출연료야 순미씨."     


"응?"     


커피잔을 두손으로 잡은채 부끄러운듯 입술을 움찔거리다 아무렇지 않은척 말을 뗀다.


"엄마랑 내이야기를 단편소설로 짧게 글을 써봤거든.

근대 반응이 좋아서 처음으로 글써서 돈도 벌어봤네"     


어린아이가 상장을 내밀며 칭찬받길 기다리듯 미영은 슬며시 순미씨의 눈치를 본다.     


"글을 써? 니가? 무슨 이야기를 썻길래?"     


"그냥 엄마가 살아온 한장면 , 내가 자라온 한장면

 그렇게. 몇장면 안되. "     


" 우리가 살아온게 얘깃거리가 있나. 너나 나나 힘들게 살기만 했지."     


투두둑 .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이내 빗줄기가 되어 두사람의 대화사이에 낀다.

이어지던 정적을 미영이 깬다.     


"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어?

혼자 나 키우는거 안힘들었어? "     


창밖을 바라보던 순미씨는 커피 한모금을 마시며 담담히 대답한다.     


"안힘들었겠니. 그때 겨우 니나이였는데."     


순미씨가 들고있던 담배를 끄며 이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마냥 힘들진 않았어. 너 자라는거 보면서.

놓고 올때마다 힘들긴 했어도 너 상타왓다고 전화오면 뿌뜻했고 잘 먹는거보면 행복했지.

지금도 이렇게 잘자라서 엄마 용돈도 챙겨주고 잘컸지 우리딸."      


봉투를 집으며 웃는 순미씨를 보고 미영이 따라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그치?

딸 덕에 해외여행도 가보고 이젠 이렇게 용돈도 받고.

나도 어릴땐 세상이 그렇게 미웠는데 이제는 좀 덜미운거 같기도 하네.

나이먹었나봐 엄마."     


"그래 내가 힘들어도 딸하나 잘 낳았지.

그리고 나이 애기 할거면 시집이나 좀가"     


"나이 얘기 하는데 시집은 무슨.

 그리고 이제야 좀 행복한거 같은데."     


"그래 너가 행복하면 됬지.

됬고 엄마 생일때는 제주도나 좀 보내주라. "     


"응 그냥 시집 안가고 엄마 옆에서 제주도나 보내주고 효도나 하면서 살게. "     


순미씨와 미영이 마주보며 웃는다.

빗방울로 젖어있던 창은 어느새 해가 들어오고있다.

그리고 둘은 한동안 말없이 침묵속에서 행복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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