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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Oct 18. 2024

돈이 필요하세요?

공지사항 알려드립니다.

저희 아이들은 늘 용돈이 부족하다 해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땐 그렇지 않거든요.


고등학생 큰아이는 월8만원

중학생 둘째는 월5만원

초등학생 셋째는 주5천원

유치원생 막내는 아직 생활비에 얹어갑니다.


자녀에게 돈 보낼 때 메세지 꼭 남기세요


집집마다 환경이 다르니 타인이 많다 적다 판단할 순 없을 거예요.

저희 집 같은 경우엔 비정기적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받는 특별용돈도 있고 가끔 엄마 아빠의 큰 부탁을 들어줬을 때 받는 수고비도 있어요. 일 년에 한 번이지만 설날에는 꽤 큰돈이 생기잖아요. 시험점수가 오르면 학원에서도 기프트카드를 주더라고요?


하지만 매~번 용돈이 부족하다 합니다. 

저는 용돈인상을 해줄 생각이 일절 없고요..

항상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어요.


첫번째, 주어진 돈 안에서 지출계획을 짜라.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 하니까요.

정기용돈으로 생활을 하고 부수입은 저축을 하라고 하죠.(제 말을 듣진 않습니다.)

요즘 물가가 너무 오르긴 했어요.

빼빼로 하나가 1700원을 하더라고요. 저는 아이들이 넷이라 빼빼로 하나씩 사주려면 6800원을 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이 팍팍한 경제상황에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허리띠도 졸라매어보고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베풀기도 하며 살아가보길 바랐습니다. 저축은 의무감을 갖고 고정지출로 뺐으면 하는 건 너무 큰 바람일까요?



두번째, 

필요하면 직접 벌어라.

자, 이제부터가 오늘의 요지입니다.


용돈의 쓰임새가 뭘까요?

주로 놀 때 쓰이죠. 주전부리를 사 먹거나 노래방을 가거나 갖고 싶은 걸 사는 데에 써요.

옷이라던지, 세끼에 포함된 식사류, 학교 준비물 등은 용돈으로 지출되는 항목이 아니에요. 제가 웬만한 건 다 해줍니다.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에버랜드같이 지출이 큰 곳을 간다 하면 80%는 지원해줬을껄요? 

이 정도 환경이면 본인이 감당치를 충분히 늘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도 모자라다면 직접 벌면 됩니다. 이 조언을 말로도 해보고 글로도 해봤지만 아이들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어느 날 저희 집 곳곳에 구인광고지가 나부끼게 되었습니다.


요약: 모자라면 니가 벌어

아르바이트 모집

돈이 필요하면 벌어야죠.

아이들이 아직 미성년자라 밖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힘들어요.

써주는데도 많이 없지만 학생은 본업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정 내에서 아이들이 직접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었어요. 원한다면 공식적인 알바생으로 고용하겠다 했습니다. 처음엔 쉽게 있도록 하다가 차차 습관을 들여 난이도를 높이려고 했죠. 그래서 시급은 상담 결정하기로 한 겁니다. (대부분 시급 아닌 건당지급이 되었지만)

고용을 해놓고 일이 없으면 안되니까, 제가 원하는 독서에도 값을 매겨주었어요. 철저히 제 입장이지만 완전 꽁! 아닌가?! 했는데 약간의 반발은 있었어요.. 배가 불렀네 불렀어 아주..



가정 내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이들은 교통비도 안 들게 알바비를 벌어가고, 저는 저대로 일이 줄어드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이런거겠죠. 물론 돈은 나가지만 이 또한 교육비라 생각합니다.




공지사항 써먹기

저는 아이들이 용돈 문제로 볼멘소리를 할 때마다 적절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생각했는데요, 어느 날인가 보면 전에 여러 번 했던 말을 제가 또 하고 있는 거예요. 심지어 너네가 헤프게 써서 그렇다는 둥 너는 왜 맨날 돈이 없다 그러냐는 둥, 비난을 섞는 저를 발견하게 됐어요. 그래서 더이상은 시끄러운 일이 없도록 공개적으로 글을 써붙이게 되었어요. 


저는 자녀가 많고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이 드물어서 이런 식의 공개 쪽지를 자주 활용하는데요, 여러분들도 다수에게 무언가를 공표할 때 이 방법을 써보시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말로 하면 무슨 말인지 정리도 잘 안되고 결정적으로 오래 지속이 안되더라고요.


가령 


다이어트를 해야 하니까 내 앞에서 먹지마. 그리고 운동 같이 나가주면 안 돼?


머지않아 공중분해되는 이 말을 모아 공지글을 써서 붙여봅시다.

#다이어트 개시 공고
필승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집에 간식 가지고 오지 말 것
-야식은 각자 방에서 취식
-운동 참석 시 사례 지급 
*자세한 사항은 문의 바랍니다.
협조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


또 다른 예로는

세탁기와 건조기에서 발견되는 지폐는
사정 불문하고 공금으로 회수 조치함. 

(실제로 세탁실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정말 많습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이라면 언제까지인지 꼭 적어주셔야 해요.

김철수 운전면허 필기시험 5월 20일
제발 이때까지만 날 좀 찾지 마세요.
▶밥 알아서 먹을게요.
▶간식 필요없어요.
▶알아서 자고 일어납니다.
▶용돈은 환영
열to the공!

기간을 정해주면 말을 더 잘 듣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에게도 활용해보고 싶은 사연이 있으신가요?


일상의 글을 권하는 이유


제가 '일상에서 써보는 쪽지 한 장'이라는 대주제를 정할 때, 계단접기니 삼각접기니 하는 식으로 단정하게 마감된 종이쪽지를 보여드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쪽지라는 수단 앞에는 일상이 있었고, 이로 인해 쪽지는 단순한 손글이 아닌 사람 간의 매개체가 되어야만 했어요. 작은 종이에 큰 마음을 옮겨 넣는다는 것은 어휘 표현을 넘어 섬세함과 배려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저도 깨달아 가고 있답니다.  


사람의 뇌는 청각보다는 시각으로 잘 받아들인다고 하죠.

차분히 앉아 생각정리를 할 수 있고 정확하게 마음전달을 할 수 있는 일상의 쪽지들.

힐링이 되는 이 경험을 여러분도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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