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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Jun 05. 2024

유연한 자기 개념 재구성을 돕는 감사일기의 힘

한 줄 요약: 감사일기 쓰기는 주의의 초점을 긍정적인 데 맞출 수 있게 도움으로써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이는 현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자기 개념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자기 개념을 재구성하는 비옥한 토대가 됩니다.



여러분은 감사일기 써보셨나요? 저는 2020년 10월부터 23년 4월까지 하루 하나라도 감사한 것을 기록했습니다. 커리어상에서 힘든 시기와 맞물렸을 때 감사일기를 더 열심히 적은 것 같네요. 안정을 되찾은 이후로는 좀 뜸해졌지만 그래도 올해 3월까지는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기록을 이어나갔습니다.


긍정적인 것에 주목할 때마다 당신은 당신의 개념 체계를 비틀어 이런 긍정적인 사태에 관한 개념을 강화하고 세계에 대한 정신적 모형에서 이것이 두드러지도록 만든다. 긍정적인 경험을 글로 기록하면 더 좋다. 이미 수차례 얘기했듯이 단어가 개념 발달을 촉진하고, 그러면 삶의 긍정적인 면을 가꾸는 새로운 순간들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리사 배럿 펠드먼이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합니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에 계속 사람이 다니면 길이 생깁니다. 인간은 부정적인 것에 더 쉽게 주의 초점을 맞추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감사의 길은 인적이 드문 숲길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 길을 더 자주 다녀서 더 쉽게 감사함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자기 개념을 유연하게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김경숙 전 구글 코리아 임원의 이야기


유퀴즈에 나오기도 했던 前 구글 코리아 임원 정김경숙 님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23년 초 실리콘 밸리에 해고 광풍이 불던 어느 날 정김경숙님도 하루 아침에 메일로 서면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실리콘 밸리 구글 본사에서 4년 동안 디렉터로 일하다가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된 거죠. 하지만 그녀는 낙담하지 않고 트레이더 조 매장의 계산원, 스타벅스의 바리스타, 공유 차량인 리프트 서비스의 운전사 등 다양한 역할 변신을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 일환으로 그녀가 진행한 '1만명 만나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고 하네요. 그 바탕에 어려 있는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여 검색을 좀 해보다가 그녀가 쓴 책에서 아래와 같은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삶의 전환기를 맞아 휘청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좀 더 자신에게 친절해지세요. 몰아붙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호기심을 향해 나아가도록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동네 마트에서 과일 피라미드를 쌓고, 커피숍에서 예쁜 하트가 올라간 라떼를 만들기 위해 연습하고, 어떤 손님이 나를 찾을까 기대하며 운전을 한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호기심을 채우고 삶의 전환기를 가꿔간다. - 출처


저는 그녀가 전환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자신에게 친절함을 유지하면서 주의의 초점을 좋아하는 것이나 흥미로운 것에 두었다는 점 같습니다. 리사 배럿 펠드먼의 이야기처럼 긍정적인 것에 주목하여 삶의 긍정적인 면을 가꾸려고 노력한 생생한 예시로 다가옵니다.


자기 개념의 유동성과 재구성


한국에서 임원으로 지내다가 구글 본사로 자리를 옮겨 4년을 일한 것도 대단한데 해고된 뒤에도 자신만의 비전하에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게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명예, 권력, 부 같은 개념이 자기 개념의 중요한 일부였다면 이렇게 행동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펠드먼은 이런 개념에 집착해 "자기를 실체화하려 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경험한다고 봅니다.


불교에서는 명상을 통해서 자기 개념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명상은 자기를 옭아매는 개념을 거리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이는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일반인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주의의 초점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자기 개념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는 상황 변화에 적합하게 자기 개념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합니다.


두뇌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을 토대로 세계관을 형성한다. (중략) 갤러거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실행하고, 사랑하는지는 집중하는 대상의 총합이다."라고 지적한다. - [[딥 워크]]


딥 워크에서 칼 뉴포트가 말하듯이 자신의 주의 초점이 향하는 대상의 총합이 바로 자기(Self)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김경숙은 과거 영광에 속한 자기 개념(임원, 구글 본사 디렉터 등)에서 벗어나 좋아하거나 흥미로운 것에 주의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기 개념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 사례라는 점에서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다만 이렇게 자기 개념을 재구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평소 운동, 영어공부 등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방면에서 구성해 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그럼 일반적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자기 개념 재구성에서 감사일기의 효과


하루에 한 가지라도 감사할 일을 찾아보는 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끝없이 교정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노트의 품격]]


리사 펠드먼과 칼 뉴포트 모두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이 우리의 현실이 됨을 강조합니다. 불확실하고 암담한 상황에서도 감사일기를 쓰는 것은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의의 초점을 더욱 잘 맞출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수정되면 실직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는 개념을 갖게 될 여지도 많아집니다. 정김경숙 님처럼 자기 개념을 재구성할 수 있는 비옥한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죠.


결론


감사일기 쓰기는 더 적응적인 자기 개념을 구성하기 위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감사일기를 통해 세상과 자신에 대한 관점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작은 기쁨에 주목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고난을 재해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연한 자기 개념을 구성해 나갈 수 있습니다. 감사일기는 지금처럼 변화가 빠르고 그만큼 불확실성이 우세한 상황에서 우리가 더 적응적인 관점과 자기 개념을 가질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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