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회사는 시리즈 C 투자를 무사히 마쳤다. 2021년 그 후 지속적으로 스케일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비 연구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일즈, 마케팅, 디자인 인력이 다섯 명에서 10명까지 늘어났다. 세일즈, 마케팅 팀의 새로운 리더 지니도 합류했다.
사람이 많아지니 새로운 일을 더 벌리게 됐다. 미국 대학교에서 수년간 임상 교수로 활동하다가 실험실과 임상팀을 책임지기 위해 합류한 해인을 필두로 학계에 회사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지니의 경험상 세미나나 웨비나가 브랜드의 전문성을 알리기 위한 확실한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에, 우리는 첫 웨비나를 진행하기로 했다.
총 5명의 ‘방송반’이 모여 몇 개월간 웨비나를 준비했다. 정작 이런 경험이 있던 건 제인과 지니뿐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처음이니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심히 있었다. 그렇기에 외주 영상 업체와 함께 본격적인 준비를 했고, 여러 인맥과 연락처를 동원해 우리의 첫 웨비나를 알렸다.
많은 등록, 높은 참석율과 시청 유지비율을 측정 지표로 삼고, 드디어 첫 라이브 웨비나의 송출일이 되었다.
놀랍게도 결과는 200여 명의 라이브 참석자. 등록 대비 60%가 넘는 참석율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회사에 합류하고 꽤 오랫동안 이메일로 다수의 연락처에 ‘우리와 협력하자!’라는 제안 이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콜드 이메일이 충분히 효과 있었던 터라 이 방식을 유지해 왔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단순히 제목을 바꾼다거나, 국가를 나누어 보낸다거나 하는 방안으로는 좋은 협력 고객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팀원들과 함께 이를 헤쳐나갈 방법을 찾기로 했다. 다 같이 다른 바이오 회사들의 방식을 찾아보며 우리에게 적합할 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직접 협력을 제안하며 연락하던 방식에서 180도 방향을 바꿨다. '우리를 받아주세요'의 방향에서, '지원하세요'의 방향으로 메시지를 바꾸기만 했는데 상황은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게 바뀌었다. 조건과 제약을 명시한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 하세요’라고 홍보하며 우리는 첫 'Grant' 캠페인을 열었다.
자사의 서비스를 대량으로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메가 그랜트 Mega Grant’라고 불렀다. 누구는 "첫 술에 배부르랴" 하겠지만, 생각보다 시작과 동시에 나타나는 성과가 상당히 좋아 놀라웠다. 우리와 핏이 잘 맞을 만한 기관과 병원에서 많은 지원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직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은 우리 회사임에도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한다’라는 관점으로 접근했기에, 참가하는 고객들이 우리를 더 신뢰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각 지원자의 연구 계획서를 받고, 임상팀과 함께 이를 정성 들여 평가한 후, 최종 선정 고객에게 대표 구찌의 서명이 담긴 ‘Grant 부여 인증서'를 제공하며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증샷을 요청했다.
곧 Grant 참가팀의 첫 번째 인증샷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도착했다. 팀원들 모두 이 순간을 만끽했다.
한동안 브랜딩 스터디를 마케터 제프와 디자이너 주디, 제이슨과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이 업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단순히 뛰어난 기술력이나 합리적인 가격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만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는 어떻게 찾고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를 정리했다. 확실히 우리 회사는 그 색과 성격을 명확하게 해 ‘브랜딩’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
“십 년 이상 먼저 시장에 진출해 유전자검사를 서비스하던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우리는 어떤 색을 드러내야 할까?”, “우리는 어떤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와 같은 고민을 하던 중 이를 조금 수월하게 하기 위해, 경험이 있는 브랜드 마케터를 채용하기로 했다. 디자인팀은 이 과정을 함께 할 디자이너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린 곧 두 포지션의 채용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는 채용 시 사전과제를 받고 있었는데, 지난 몇 년간 마케터 채용에 대한 수요나 계획이 없었다. 그러다 이제는 한 번도 채용한 적 없는 포지션을 뽑게 된 것이다. 인사팀의 요청으로 사전과제를 함께 만들게 되었다. 브랜드 마케터 채용 문제를 만들며, 어떤 사람을 뽑고자 하는지,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것들을 문항에 녹이게 되었다.
우선은 해당 업무의 성공 경험에 대해 듣고 싶었고, 여러 시도 중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실패한 브랜딩 프로젝트' 경험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이후엔 마케팅적으로 어떤 전략을 세울 수 있을지 상황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우리가 팀으로써 중요시하는 가치 - 탁월한 실력, 성장 의지, 겸손함 - 들이 명시화 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적절히 담은 문항으로 내가 참여해 제작한 첫 채용 사전과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좋은 동료, 제제와 엠케이를 얻게 되었다.
<쓰리빌리언의 기업문화 04 - 더 소통하고 칭찬하는 문화, 타코 시스템의 도입>
어느 날 회사 슬랙에 뜬금없이 타코 이모지가 등장했다. ‘헤이타코 Hey Taco'라는 슬랙 유료 앱을 인사팀에서 시험 삼아 도입한다는 소식이었다.
각자 하루에 다섯 개의 타코를 동료에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칭찬할 만한 동료에게 타코 이모지를 전송하면, 자동으로 타코 프로그램이 이를 집계해 리더보드를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슬랙 채널 이곳저곳에서 타코들이 폭발했다! 업무를 도와준 사람, 탁구를 치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주는 등, 여러 재미 요소로써 타코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시스템은 재미있었지만, 결국 사용은 시용기간 이상을 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비쌌던 서비스의 가격도 한몫했고, 크게 어떤 영향을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오래 사용했다면 그래도 꽤 재미있는 문화 하나가 생기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해 본다. 공개적으로 누구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칭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쉬운 문화는 아니니까. 소통을 돕는 이런 재미있는 장치가 있다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 복지, 기업 문화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