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라서 다행이야

by 오싸엄마




저녁밥을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한다.

뒤에서는 두 여자아이가 재잘거리면서 노는 소리가 들린다.

물소리에 섞인 아이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물가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같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아니, 6개월 전만 해도 말이다.


7살, 4살짜리 아이 두 명이 엄마의 도움 없이 놀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 순간은 나의 집안일 시간이다.

그렇게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둘이 놀다가 슬슬 지루해진 아이들이 점점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면 나는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간이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


- - - - -


일단 첫째에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노는 스타일을 맞출 수 있는 친구가 생겼으니 말이다.


나나 남편은 첫째의 인형놀이를 온전히 맞춰주지 못한다.

아직 아이이니 하고 싶은 대로 놀 수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우리가 재미가 없으니 맞춰주지를 못한다.

첫째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 그대로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감성적이라 생각했던 나도 사실, 이성적인 사람이란 걸 느낀다.


그런 첫째와 너무 죽이 척척 맞는 둘째를 볼 때면 원래 자매란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렸을 때 어땠지?

나도 여동생이 있다.

철이 들 때는 우린 같이 놀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는 같이 한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더 길다.


이 아이들만 할 때는 그래도 사이가 좋아 보였을까?


- - - - -


결혼하기로 했을 때, 남편에게 아이는 빨리 갖고 싶다고 했다.

그리 빠른 나이에 하지 않아서 더 늦으면 몸이 많이 힘들 것 같았다.

또 사람일은 모르니 언제 아이가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결혼 3개월 차에 첫째가 찾아와 줬다.


남편은 둘째는 생각이 없다 했다.

나는 의지할 곳이 많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나와 동생이 결혼하고 나서 서로 그러고 있으니까 말이다.(적어도 나는!)


남편은 외동으로 컸는데도 오히려 형제가 없으니 외로운 것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혼자여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결혼 3년 차 때, 내 나이가 2년 후면 앞자리가 바뀔 시점에 남편은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더 나이가 들면 힘들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계기는 놀이터였던 것 같다.(아니면 다른 아이들이 함께 노는 어딘가였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형제, 자매와 함께 있는데 우리 첫째가 그 사이에 끼지 못하고

함께 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아마...)


둘째는 하늘에서 점지해 주셨는지,

남편의 생각이 바뀌고 한 달도 안 되어 찾아와 주었다.

생각이 바뀐 것도 하늘의 계략이었나? 싶을 정도이다.


- - - - -


힘들 때도 있고 매일매일 정신이 없지만

간간이 찾아오는 행복이 충분히 버틸 힘을 준다.


가끔 생각한다.

아이들이 없는 삶은 어땠을까?

첫째만 있는 삶은 어땠을까?


내 몸은 더 편했을지라도

느끼는 행복은 지금보다는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다 쓰고 나면은

두 아이랑 함께 포옹 한 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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