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번역하는 엄마 Jan 21. 2021

프리랜서 번역가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비결

오늘은 두 아이 육아와 번역을 병행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자, 준비되셨나요? 그럼 시작합니다!


저는 2013년 입학 후 휴학 없이 내리 2년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겨울부터 곧장 일을 시작했으니 학업과 일 사이의 휴식기 없이 바로 현장에 뛰어든 셈이죠. 공부를 시작할 때 저희 큰애 나이가 만 12개월, 일을 시작할 때는 만 34개월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저는 둘째를 임신했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숨이 막힐 정도로 쉼 없이 달려왔네요.


요컨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둘째를 임신했고 큰애는 막 네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 5년 6개월 동안 작업한 책이 23권입니다. 더불어 통대 게시판이나 지인 소개, 에이전시 등을 통해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받았고요. 프리랜서로서 '일이 없으면 어쩌지?' 늘 이런 불안을 안고 있었기에 주어지는 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하는 엄마를 키워준 우리 아이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참 쉽지 않았습니다. 서두에서는 그 비결을 공유하겠다고 호기롭게 말씀드렸는데 글을 쓰다 보니 어쩐지 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아이를 끼고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둔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었으니까요. 아이들이 그런 엄마를 받아주지 못했다면 저는 번역가로서 커리어를 이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특히 큰 아이는 제게 참 아린 손가락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공부하는 엄마를 둔 죄로 늘 엄마 바라기였으니까요. 새벽에 거실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늘 따라나와 그 차가운 바닥에서도 엄마 옆이라고 제 발밑에 누워 자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미안한데 좀 나가 있어, 엄마 이것만 하고 해줄게, 엄마 지금 집중해야 하니까 말 시키지 마, 이런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아이들을 키운 게 아니라 두 아이가 저를 키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는 공부하는 사람,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늘 아이들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지금껏 크게 떼를 쓰거나 저를 힘들게 한 적이 없습니다. 엄마가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딸아이는 동생을 마치 엄마처럼 돌봤고, 둘째도 그런 누나를 참 잘 따랐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저를 집에서 일하는 엄마로 키우시려고 이렇게 착하고 순한 아이들로만 골라서 제게 보내주셨다고요. 여기에 늘 공기처럼 저를 도와주셨던 시어머니, 제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와주셨던 친정 부모님, 그리고 주말이면 아이들만 데리고 나가 제게 일하는 시간을 주었던 우리 남편까지. 가족들의 지원과 격려 덕분에 근근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새벽 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이런 가운데 굳이 저만의 노하우를 꼽자면 새벽 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던 것, 그리고 일하는 시간에는 일에만 온전히 몰두했던 것 정도입니다. 저는 출근하는 워킹맘이 아니라 집에서 일하는 엄마였기에 가장 관건은 일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두 아이 모두 만 4세까지 집에서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 확보가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는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아침형 인간에 속하는지라 새벽 기상은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5시쯤 일어나면 아이들이 일어날 때까지 2-3시간은 확보가 됩니다. 이때 그날 일해야 할 분량을 대부분 처리하고 그래도 모자란 날은 어쩔 수없이 TV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TV를 없앴지만 그래도 그때는 참 고마운 존재였네요.


이와 함께 저는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썼습니다. 번역가마다 일을 하는 방식은 제각각인데요, 제 경우 번역을 바로 시작하지 않고 먼저 한 번 읽으며 모르는 단어도 확인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한 뒤 번역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늘 단어를 찾고 의미를 파악하는 선(先) 작업 시간이 필요한데, 대부분 이 과정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해결했습니다. 예컨대,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집에서 일할 때는 거실 소파에 앉아 아이들의 이런저런 요구를 들어주며 틈틈이 해결했죠.



그리고 일을 할 때는 최대한 집중했습니다. 그 시간이 아니면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일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서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인데 저는 무조건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애들 옆에 두고 일할 때랑 온전히 집중할 때 일의 능률은 정말 두말할 나위가 없거든요. 기본적으로 번역 속도가 2-3배는 차이가 납니다.


조금만 버티세요, 아이들은 금방 자랍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분은 아마 일하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특히 저처럼 집에서 일하는 엄마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저도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한결 수월해지긴 했습니다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지금보다 몇 배는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취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제가 이 일을 선택한 것 자체가 육아와 병행하려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습니다.


이제 큰애는 거의 손 갈 일이 없고, 둘째도 많이 커서 커서 2-3년 전에 비하면 천국입니다. 아침에 아이들 보내 놓으면 오후 3-4시까지는 온전히 제 시간이니까요. 그 시간은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저만의 충전제 떡볶이도 사 먹습니다:) 잠시 코로나로 강제 집콕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엄마가 일하고 있으면 "엄마, 일하는 데 방해해서 미안한데 나 이것 좀 해줄래?"라고 물어올 만큼 아이들은 훌쩍 자랐네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힘들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분이 계시다면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시라고, 그 시간만 지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질 날이 반드시 온다고요. 집에서 일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이땅의 모든 워킹맘들 파이팅입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고 함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marvelmozhko, 출처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