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떡하지?

by 글짓는맘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아 친구의 집에 가는 아이와 엄마.

아이를 친구 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이가 잘 놀지, 친구들은 좋은 아이들인지 어떤지 몰라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은 나의 모습과 똑 닮아있다.


새로운 일을 앞두고, 그것이 나와 아이에게 모두 처음일 때 느끼는 엄마의 두려움은 표현해버리면 펑 하고 걷잡을 수 없이 터질것만 같아서 마음속으로 조심조심 걱정만 해본다. 엄마의 두려움은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이기에 최대한 겉으로는 티내지 않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의연해.'라고 아이들에게 보여지길 바라면서.


우리 모두에게 처음인 그 일이 잘 마무리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안심을 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 일이 잘 끝나지 않았을 때면 이미 마음속으로 온갖 걱정을 다 했던 나는 '그래, 그럴 줄 알았어.'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괜히 원망을 하기도 했다. 소용 없는 마음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나는 집에 있는 것이 불안했다. 학창 시절에도 쉬는 날이나 수업이 오후에 잡힌 날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그렇게나 불안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어디라도 나가야할 것 같아서, 집에 있는 나 자신이 너무 게으른 것 같아서 책이라도 읽어보려고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취직을 하고 나서는 그런 불안함이 확연히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정해진 업무시간과 일정한 루틴 때문이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불안함은 육아를 하면서 다시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의 오래된 불안함은 잠시 숨어있던 것이었다.


불규칙한 생활, 만남이 한정된 주변 사람들, 언제 벌컥 연락이 올 지 모르겠는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 육아를 하면서 겪게되는 상황들이 나에게는 다시금 나의 불안함을 깨우는 시간이 되었고 나는 점점 예민해졌다. 말 한 마디, 타인의 행동 하나에 큰 의미를 두고 혼자 상처를 받곤 했다.


'어떡하지?'


나의 불안함은 이 한마디로 함축시킬 수 있었고,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한참동안 방황을 했다. 나를 지키는 방법을 몰랐고, 나를 지키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육아를 하면서 다시 마주한 나의 오래된 불안함은 한참의 방황을 겪으면서 육아를 통해서야 비로소 조금씩 떠나 보낼 수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나의 불안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했던 첫째 아이의 육아를 통해 기다려주기, 내려놓기, 정해진 시간에 그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몸소 느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고 두렵고 불안하다. 마음이 떨리는 그 순간을 즐겨보는 것도, 해보지 뭐 안되면 말고의 자세가 필요할 때를 살면서 종종 겪는다. 언젠가는 또 나의 불안함이 툭 튀어나올 것이다. 특히 육아를 하면서 다가올 수많은 불안함에 더 이상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그 불안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나의 편으로 만들 것이다.

"그래, 나 지금 좀 불안하고 무서워. 떨리기도 해. 그렇지만 한 번 해볼래. 해보지 뭐. 괜찮을거야." 조금은 단단하고 여유로워진 나의 마음을 기대해본다.


keyword
이전 01화I Love You, Stinky 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