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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을 위한 일시정지

멈춤과 달림의 미학

by 데이지

하루에도 수십 번 무너지는 균형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커녕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워킹맘의 삶이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잘 해내고 싶지만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다. 이리 기울었다 저리 기울었다, 균형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반복의 연속이다. 아이의 새벽 울음 한 번에 하루의 리듬이 깨지고, 갑작스러운 회사 일정으로 아이 하원시간에 늦기도 한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아이 곁에 가 있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내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일상에 속상하기도 하다.


육아에 지쳐 평소같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하거나, 아이가 아픈데도 출근해야 할 때 좌절감과 회의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자식이 아픈데도 아득바득 일을 하고 있는걸까. 나는 왜 이것밖에 해내지 못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내가 나를 감싸지 못하는 순간 일에도 삶에도 균열이 생긴다.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날카로워지고, 남편에게도 까칠하게 대하게 되며, 아이에게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가시돋친 말은 더 가시돋친 답으로 돌아와 결국 가장 상처받고 손해를 보는 것은 나 자신이 된다.

회복할 틈 없이 다그친 댓가는 이토록 크다. 워킹맘의 회복력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회복력은 성격이 아니라 습관과 노력의 산물임을 기억하자.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진 뒤 다시 중심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회복력을 가진 사람이다.


워킹맘 꿀팁 - 회복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멈춤의 지혜


1단계. 멈춤의 기술 – 정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회복되지 않는다

워킹맘의 가장 큰 착각은 ‘시간이 없어서 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워킹맘에게 한두 시간을 쉬라는 얘기가 아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두세 정거장 만큼이라도,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5-10분이라더, 의식적인 멈춤을 가지자. 5분쯤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멈춤이 하루의 중심을 되돌리는 작은 리셋 버튼이 된다. 지친 눈과 정신과 어깨를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잠시라도 만들자.


2단계. 수용의 기술 –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회의 중에 실수를 하고, 이모님이 해 놓은 집안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인 것을 어쩌겠나.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자책할 시간에 빨리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수용은 문제나 실패를 인정하는 열패감의 산물이 아니라, 상황을 받아들이는 기술이다. 이만하면 됐고, 이만하길 다행이다. 상황을 인지하고 직시하자. 화를 내는 대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자.

조직 내의 리더십에서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팀은 없고, 완벽한 하루도 없다. 회복력 있는 리더는 실패를 고치기보다 먼저 받아들인다.


3단계. 재정렬의 기술 –점심시간을 활용한 루틴

회복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발 떨어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는 문제점을 파악할 수 없다. 매일 반복되는 혼란 속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되돌리는 루틴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워킹맘에게는 고정된 휴식시간이 있다. 바로 점심시간. 집에서는 가지기 힘든 귀한 여가 시간이다. 1단계의 정지를 이 시간에 실행하는 것도 좋고, 어떤 형태로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 일주일에 최소 2-3 번은 점심시간에 아무런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회사 근처 청계천을 산책하며 하루의 중간점검을 하고 어제와 오늘의 리뷰를 한다. 어제 나를 웃게 한 순간은 무엇인지, 오늘 오후에 처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내일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 등. 이 짧은 리뷰가 나의 방향을 다시 잡아준다.

나를 재정렬하는 시간의 누적. 이것이 결국 나의 회복력이다.


결론 - 흔들림 없는 태도보다 흔들린 후에 다시 돌아오는 능력


김소운 작가의 '특급품'이라는 수필이 있다. 이 수필에 따르면 바둑판 중에 1급으로 치는 바둑판은 최상급의 목재로 만든 것인데, 이보다 더 상위의 특급으로 치는 것은 머리카락만한 얇은 흠이 있는 바둑판이라고 한다. 뒤틀리거나 갈라졌던 나무가 자생력을 발휘해 스스로를 치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흔들림 없는 태도가 아니라, 흔들린 후에도 다시 돌아오는 능력이 특급 엄마와 특급 직원을 만든다. 워킹맘은 이 회복의 과정을 누구보다 많이 연습한다. 아이의 감정, 남편의 변덕, 회사의 압박... 그 속에서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웃는 법을 매일 훈련한다. 그래서 워킹맘의 리더십은 이론보다 현실적이다. 마음의 근력을 키워 특급 워킹맘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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