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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4시간의 싸움이다

4시간 바쁘면 가난은 굿바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Mar 23. 2025

12결국은 하루 4시간이다.     

점심은 보통 11시나 11시반부터다. 그때부터 2시간이 바쁘면 주인은 신난다. 2시간을 꽉 채워 테이블이 일하면 끝내주는 장사다. 심지어 줄까지 섰다면, 그래서 2시간에 정말 빈틈이 없었다면 이제 가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저녁도 마찬가지다. 저녁은 6시거나 7시부터 2시간이 바쁘면 신난다. 설마 저녁에 술까지 한잔 할텐데 그걸 못할까 싶지만, 현실은 참 냉정하다. 저녁 그 2시간도 손님을 못채우는 날이 많으니 장사가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저녁에도 2시간 혹은, 3시간을 채운다면 역시 가난은 굿바이다.     



결국 테이블이 열심히 일하는 시간은 하루 4시간이다. 아니, 일했으면 하는 시간이 맞는 말이다. 4시간만 바빠라,가 주인의 목표이자 소원이다. 그거면 된다. 그렇게 4시간만 바쁘면 부자는 못될지언정, 가난은 이제 친구에서 빠진다. 더 이상 가난이 친구가 될까 걱정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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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여 싸워서 살아남기 쉬울까? 그건 오만이자 착각이다.


나는 식당을 검색할 때 순서가 있다. 메뉴가 적을 것이 1번이다. 둘째가 주차장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3번째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짧은 영업시간이다. 보통 3시에 문을 닫는지를 살핀다. 메뉴가 적으면 픽을 해둔다. 주차장이 편한 집도 역시나다. 영업시간이 짧은 집은 곧바로다. 메뉴가 한가지인 식당이 저녁까지 하는 경우와 메뉴가 많지만 하루 4시간만 문 여는 집이라면 나는 무조건 후자다. 하지만, 예상하다시피 짧게 문 여는 식당은 거의 메뉴가 한두가지다. 넘버원이 무조건 온리원은 아니지만, 온리원은 결국 넘버원이 되듯이 영업시간이 짧으면 거의가 단일 메뉴다.      



의외로 3시까지 영업하는 식당은 많다. 아니,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누구 탓인지 덕인지는 모르지만 하루 4시간 문 여는 식당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첫째가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난다. 사람들은 월세가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인건비다. 손님이 종일 있으면야 상관없지만, 손님이 있는 시간은 앞서 말한대로 점심 2시간, 저녁 2~3시간이다. 그것도 장사가 잘된다는 경우에 한해서다. 종일 사람을 쓰는 것과 하루 4~5시간을 쓰는 인건비 차이는 실로 엄청 크다.     


둘째가 주인의 체력이다. 장사는 하루 이틀 할 것이 아니다. 평생을 해야 할 일이다. 10시부터 11시까지 일하는 대게의 식당주인들은 정말 하루가 힘들고 고되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 하루종일 자도 피곤한 것이 매일이 긴 노동 탓이다. 그런데 하루 4시간 문을 열면 주인은 영업 내내 손님에게 웃을 수 있다. 이건 정말 굉장한 무기다.     



셋째가 손님의 편의성이다. 보통의 식당은 저녁장사를 위해(실제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브레이크타임을 갖는다. 보통 3시부터 5시다. 그래서 점심의 끝주문은 2시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리하지 않는다. 저녁이 있기 때문에 점심이 늦었다면 저녁에 가려고 한다. 그런 탓에 저녁을 여는 식당은 1시 반이면 의도치 않게 브레이크타임 시작이다. 하지만, 저녁이 없는 4시간 식당은 2시반까지 손님이 몰린다. 저녁에 갈 기회가 없기에 늦은 점심을 일부러 선택하고 찾는 손님도 흔하다. 나 같은 경우는 절대 피크에 식당을 찾지 않는다. 1시 반에서 2시에 입장해 여유 있는 점심을 즐기는 쪽이다.     



넷째가 소문의 힘이다. 한 가지만 파는 식당이라는 소문도 쎄지만, 그보다 더 쎈 건 하루 4시간이다. 점심만 파는 집. 저녁만 파는 집이다. 왜 그런지는 본인에게 물으면 된다. 아무 때나 먹지 못한다는 건 분명 끌리는 이유가 된다. 심지어 식당 초기에 소문의 씨앗을 위해 일부러 4시간 영업을 하다, 소문이 퍼지고 식당이 안정화되면서 저녁까지 연장하는 고수들도 있다.      



다시 돌아가 테이블 5개짜리 식당을 한다는 것은 욕심은 버렸다는 뜻이다. 그 5개짜리 식당을 하루 종일 매달일 이유가 없다. 점심에 문을 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저녁 4시간이면 된다. 충분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제안한 메뉴도 저녁(용)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점심은 접근성도 중요하고 분위기(인테리어)도 중요하다. 그것도 없는데 점심에도 줄 세우는 식당이 있고, 나 역시도 많은 집을 알지만,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건 오직 그만의 승리다. 전생에 나라를 수십번 구한 탓이니, 그걸 벤치마킹해서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현실은 생각처럼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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