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모든 인간들이 다 짜증 났다.
부탁할 일이 있을 때만 사근사근 연락하는 A도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늘 감감무소식인 B도
철저히 할 일만을 위해 모이고 흩어지는 집단 C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땡볕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는 냉소적으로 살아야겠다 결심했다.
다 귀찮잖아 소용없잖아 힘들잖아.
그때 내 두피 위로 내리쬐던 햇빛이 스르르 사라졌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니
머리 위로 양산 하나가.
“ 뜨거운데 같이 써요”
따뜻한 미소로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양산으로
해를 가려주신 한 할머니
그 양산 밑에서 나는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