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3)

by 양양

갑자기 모든 인간들이 다 짜증 났다.

부탁할 일이 있을 때만 사근사근 연락하는 A도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늘 감감무소식인 B도

철저히 할 일만을 위해 모이고 흩어지는 집단 C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땡볕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는 냉소적으로 살아야겠다 결심했다.

다 귀찮잖아 소용없잖아 힘들잖아.


그때 내 두피 위로 내리쬐던 햇빛이 스르르 사라졌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니

머리 위로 양산 하나가.

“ 뜨거운데 같이 써요”

따뜻한 미소로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양산으로

해를 가려주신 한 할머니


그 양산 밑에서 나는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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