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A가 있다. 그녀는 한 카페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녀의 카메라 안에는 온통 커피 사진만이 가득하다.
뜨거운 에스프레소, 차가운 콜드브루, 필터커피,
우유가 잔뜩 들어간 플랫 화이트까지.
여자 B가 있다. 그녀는 이방인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이상하리만큼
소매가 긴 셔츠를 고집한다.
그녀는 말 수가 없다.
딱히 말할 사람도, 말할 소재거리도 없기 때문이다.
A가 B에게 다가와
혹시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되는지 묻는다.
B는 고민하다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B의 고리타분한 셔츠는
A의 사진 한 장을 훌륭히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