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Challenges Require New Rules
스마트폰 세상에 플로피 디스크를 꽂아본 적이 있는가? 돌아가긴 하지만, 화면에 “지원하지 않는 파일”이라는 알림만 뜰 뿐이다. 지금의 국제법이 그렇다. 20세기에 설계된 룰북으로 21세기의 위기를 막으려 하니, 속도도, 범위도 따라잡지 못한다.
나는 뉴욕 유엔 본부 복도에서 이 모순을 똑똑히 보았다. 회의장 안에서는 여전히 냉전기의 언어와 절차가 반복되는데, 밖으로 한 발만 나가면 사이버 공격과 AI 전쟁, 기후 재난이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흔들고 있었다. 법의 언어가 현실의 언어와 멀어질수록, 신뢰는 무너지고 있었다.
국제법의 현주소는 종종 구형 운영체제와 비유된다. 마치 낡은 시스템이 최신 하드웨어에서 버거워하는 것처럼, 기존의 조약과 원칙은 사이버 공격,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 기후 위기와 같은 21세기적 위협 앞에서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 20세기에 설계된 규범이 여전히 기본 뼈대를 지탱하고 있지만, 그 위로 쏟아지는 현실은 속도를 달리한다. 이 간극을 방치하면 국제법은 작동하지 않는 표지판처럼 무력화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시스템 자체의 폐기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업데이트와 보강이다. 국제법이 새로운 위험을 다룰 수 있도록 규범과 제도를 재설계해야만, 혼돈 속에서도 법의 리듬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오늘날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사일이 아니라 키보드다. 국가 지원을 받는 해커가 전력망을 끊고, 은행 서버를 마비시키며, 선거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한 개발도상국 대표가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이 외부 공격으로 몇 시간 동안 정전됐다”는 보고를 읽는 순간을 기억한다. 그러나 법적 대응은 미비하다.
제네바 협약이 물리적 전쟁의 규칙을 정했듯, 사이버 공간에도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사이버 공격’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았다. 공격자가 누구인지, 피해국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회색 지대는 곧 무법 지대가 되고, 몇몇 국가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제네바 협약은 인간이 전쟁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빠르게 목표를 식별하고 제거한다. 자율 드론이 오작동해 민간인을 공격했을 때, 법은 침묵한다. 프로그래머인가? 군 지휘관인가? 아니면 AI 그 자체인가?
나는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이런 질문을 직접 들었다. 한 대표는 “법이 답하지 못하는 동안, 연구소들은 이미 인간 없는 무기를 설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법이 늦으면, 무기는 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 CD)는 오늘날 국제사회가 가진 유일한 다자간 군축 협상 포럼으로, 매년 제네바에서 열린다. 1979년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현재의 형태로 정립되었으며, 비록 형식상 독립기구이지만 제네바 유엔사무국장이 사무총장을 겸임하고 매년 총회에 보고하는 등 유엔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CD는 과거 핵확산금지조약(NPT), 생물무기금지협약(BWC), 화학무기금지협약(CWC)과 같은 핵심 조약을 도출한 전통을 갖고 있으며, 의제에는 핵군축, 우주 군비 경쟁 방지, 대량살상무기 통제, 군비 투명성, 신뢰 구축 조치 등이 포함된다. 현재 회원국은 65개국으로, 모든 핵보유국을 포함해 지역별 그룹(서방, 비동맹, 동유럽, 중국)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회의는 1년에 세 차례 열리며, 4주 단위 순환의장제를 운영하고 모든 결정은 합의(consensus)로 이뤄진다. 그러나 바로 이 합의 규칙 때문에 1998년 이후 사실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어 왔고, 이로 인해 2017년 핵무기금지조약(TPNW)처럼 CD 바깥에서 새로운 군축 합의가 추진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25년 이탈리아 의장국 하에서 CD는 오랜만에 만장일치로 결정문 2443호를 채택해 보조기구 재가동과 연간 회의일정을 확정하며 재출발을 시도했다. 이 작은 균열은 군축 논의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국제사회가 인내와 창의성을 모은다면 정체된 다자체제 속에서도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후 변화는 전통적인 난민 개념까지 흔들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는 섬나라들, 가뭄으로 농지를 버리고 떠나는 농민들. 그러나 1951년 난민협약은 박해를 피해 도망친 사람들만 난민으로 인정한다. 기후 요인은 빠져 있다.
실제 협상장에서 작은 섬나라 대표가 “우리의 수도가 물에 잠긴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외쳤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은 국가는 없었다. 몇몇 정부는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기후 이주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수백만 명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결국 속도다. 기술은 매일 업데이트되지만, 국제법은 수십 년 단위로 개정된다. 현실은 광속으로 변하는데, 법은 관료주의적 회의실에서 느리게 움직인다. 나는 그 간극이 점점 더 넓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적자생존의 원리는 법에도 적용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법은 신뢰를 잃고, 결국 무력화된다. 사이버 공격이 병원을 마비시키고, 자율 무기가 전장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리며, 기후난민이 국경에 몰려드는 상황에서 법이 손을 놓고 있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가 감당해야 한다.
국제법은 20세기의 운영체제로 21세기를 버티려 한다. 그러나 법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작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업그레이드를 미루는 순간, 규범은 껍데기만 남고, 힘의 논리가 다시 자리를 차지한다.
새로운 합의, 새로운 정의, 새로운 용기 없이는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국제법은 완벽할 수 없지만, 여전히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지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조물이다. 문제는 그것을 언제, 얼마나 빠르게, 어떻게 고쳐 쓸 것인가에 달려 있다.
Takeaways
국제법은 사이버·AI·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협에 심각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기존 조약의 전제와 정의는 오늘날의 기술·환경 현실과 맞지 않는다.
법이 시대 변화에 맞춰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국제 질서의 신뢰 기반은 무너진다.
10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 속에서>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