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 Paradox of International Law
오래된 커피의 쓴내와 종이에서 번지는 눅눅한 냄새가 뒤엉켜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벽시계 바늘은 이미 23시를 넘어가 있었지만, 길게 늘어선 책상 위의 문서 더미는 여전히 묵묵히 우리를 붙잡고 있었다. 선진국 대표들은 “효율성”을, 개발도상국 대표들은 “형평성”을 말했고, 나는 그 사이에서 파란 잉크로 남겨질 마지막 문구를 조율하고 있었다.
국제법은 시가 아니다. 그것은 시의 운율이 아니라, 인내로 다져진 박자다. 때로는 단조롭고, 때로는 삐걱거리지만, 결국 모두가 발을 맞추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를 높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이도, 극적인 연출도 없었다. 대신 느리지만 단단한 박자가 회의장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박자를 바꾼 건, 한 개발도상국 대표의 한마디였다.
“이건 우리에게 단순한 예산 항목이 아닙니다. 조기경보냐, 너무 늦었느냐의 차이입니다. 존재하느냐, 버려지느냐의 문제입니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피곤에 젖어 있던 자세가 펴지고, 메모를 멈추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 말은, 우리가 다루던 문장이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생명선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외교가 가장 정의에 가까워지는 순간은 바로 그런 때다.
나는 지난 15년을 협상 테이블에서 보냈다. 뉴욕과 산티아고의 복도에서, 방글라데시의 좁은 사무실에서, 에콰도르의 산맥 너머 작은 회의실에서, 자메이카의 조용한 외교 현장에서. 국제법은 늘 비틀거리며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려 애썼다. 완벽하게 작동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혼돈보다는 나았다. 그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성취였다.
그래서 나는 국제법을 성벽에 비유하지 않는다. 그것은 임시로 세운 비계(飛階)다. 언제나 보강해야 하고, 자주 고쳐야 하며, 손을 놓으면 금세 삐걱거린다. 주권은 면책의 방패가 되어선 안 되고, 조약은 서명 후 서랍 속에 갇히는 문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해야 한다. 1945년의 거버넌스 구조가 2025년의 복잡한 세계를 공정히 중재할 수 없듯, 대표성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새로운 위협은 이미 비계를 흔들고 있다. 사이버 안보, 인공지능, 허위정보의 무기화. 국제법은 더 이상 뒤쫓는 역할에 머물 수 없다. 먼저 규범을 만들고, 합의를 이끌며, 새로운 용기를 보여야 한다. 이 작업은 법학자나 외교관만의 몫이 아니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함께 세워야 하는 공동의 구조물이다.
다음 세대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기후 시위와 디지털 행동주의, 거리에서와 온라인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 등. 그들은 자리에 앉지 않으면 메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의자를 끌어오고 있다. 그러나 분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법이 기대는 힘은 바로 그 ‘지속’이다.
그 지속은 자정을 넘겨도 문안을 다듬는 인내에서 온다. GDP가 한 도시 예산에도 못 미치는 나라의 우려를 끝까지 듣는 겸손에서, 그리고 작은 쉼표 하나가 협정의 무게를 바꿀 수 있음을 아는 집중에서 나온다. 균열은 결함이 아니다. 실패한 제도가 핵실험을 줄이는 조약을 만들었고, 불완전한 체제가 평화유지군 내 성평등을 진전시킨 것도 기억해야 한다. 모순은 붕괴를 의미하지 않는다.
비계는 가까이서 보면 지저분하다. 나사 자국, 덧댄 판자, 긁힌 페인트. 그러나 그 흔적은 앞으로 나아간 기록이며, 더 튼튼해지는 과정이다. 우리의 선택지는 완벽과 실패가 아니라, 희망 있는 취약성과 규칙 없는 권력 사이에 있다.
나는 협상장에서 이 연약한 구조물이 굽어질지언정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 국제법은 갈등을 없애지 않는다. 대신 충돌을 대화로, 분쟁을 협상으로 바꾼다. 성벽은 아니지만, 그 위에 더 나은 세상을 지어 올릴 수 있는 충분히 쓸 만한 비계다.
그리고 그 비계는 우리가 직접 나타나 손을 대야 지탱된다.
Takeaways
국제법은 완성된 성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쳐야 하는 비계다.
균열과 모순은 붕괴가 아니라 개선의 기회다.
국제법의 본질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는 데 있다.
이제 <UN 보좌관, 협상 탱고를 추다>의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국제법은 외교처럼 완벽함이 아니라 인내와 지속성의 이야기입니다. 뉴욕 회의장에서, 끊임없이 다듬어진 문장과 새벽까지 붙잡았던 쉼표 하나하나 속에서, 나는 이 연약한 시스템이 굽혀질지언정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서, 조용한 목소리도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이며, 느린 협력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에도 국제법은 가장 인간적인 다리로서, 때로 흔들리거나 금이 가더라도 무너지는 대신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다리를 지나면서 우리는 겸손을 배우고, 경계를 새기며, 용기를 잇는 과정을 믿습니다.
언젠가 이 다리를 건너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다음 세대가 건너기 시작할 때,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비계를 보수하고 케이블을 단단히 묶어야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국제법은 탱고처럼 엇박을 밟으며 흔들리지만, 결국 멈추지 않고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가 잡은 작은 리듬들이 모여 언젠가는 더 큰 선율이 될 것이며, 그 노래는 분열보다 협력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