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인가, 중년의 위기인가?
시간이 흐르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다. 바로 엊그제 제78차 유엔 총회와 제79차 유엔 총회에 대해 글을 썼던 것 같은데, 벌써 2025.9월, 80차 총회의 문턱에 와 있다. 이 이정표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다. 80년을 맞은 유엔은 지금 많은 이들이 ‘중년의 위기’라 부르는 국면에 서 있다. 올 9월, 터틀 베이는 다시금 세계 정상과 외교관, 활동가들이 모여드는 무대가 된다. 제80차 유엔 총회(UNGA 80) 때문이다.
매년 가을, 유엔 총회는 맨해튼을 지정학적 축제로 바꾼다. 차량 행렬은 미드타운을 막고, 대통령들은 연단 차례를 기다리며, 시민사회는 호텔 지하 회의장에서 주목을 얻기 위해 분투한다. 칠레 대표단으로 65차부터 71차 총회까지 일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유엔 총회는 늘 독특하고 없어서는 안 될 포럼이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단순히 연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고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죠. 그러나 올해는 한층 무겁다. 1945년 샌프란시스코의 창립 낙관은 사라졌다. 다자주의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 논쟁 대상이다. 세계는 분열되었고, 성급하며,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다.
공중에 매달린 질문은 하나다. 유엔은 여전히 필수적인가, 아니면 단순한 장식품에 불과한가?
형식은 여전히 이어진다. 제80차 총회는 9.9.(화) 개막했지만, 진짜 무대는 9.22.~30. 고위급 주간(High-Level Week)이다. 주제는 “더 나은 연대: 평화, 발전, 인권을 위한 80년과 그 이후”. 기념과 시험이 동시에 담겼다.
새 총회 의장인 독일의 안날레나 베어보크(44)는 역대 최연소급이며, 서유럽 및 기타 그룹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의사봉을 잡았다. 취임 연설에서 그녀는 다양성을 유엔의 힘으로 끌어안겠다고 약속했다. 전통도 계속된다. 브라질이 첫 연설, 이어 미국이 뒤따른다. 그 후로 각국 정상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어떤 이는 세심하게 준비된 원고를 읽고, 다른 이는 불만이나 과시의 설교를 늘어놓는다. 일반 토의는 여전히 국제 정치의 무대다. 웅대한 수사와 외교적 암호, 박수 유도 문구, 때때로 벌어지는 퇴장 퍼포먼스가 교차한다.
그러나 올해는 의례 위에 개혁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 중심에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내놓은 UN80 개혁안이 있다. 임기 종료를 앞둔 그는 유산을 걸고 이 계획을 추진한다. 사무국의 효율화, 중복 임무 축소, 위기 대응 능력 제고가 목표다. 지지자들은 “현대화의 마지막 기회”라 부르지만, 비판자들은 성급하고 피상적인 예산 삭감용 작업에 불과하다고 본다.
불안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제네바 직원들은 불신임 결의를 통과시켰다. 전통적으로 개혁에 우호적인 유럽연합조차 과정이 너무 성급하고 협의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상황은 시급하다. 많은 제안이 이미 2026년 예산안에 반영돼 있다. 이번 가을 총회에서 가로막힌다면, 구테흐스는 공허한 수사만 남긴 채 임기를 마칠 것이다.
개혁을 넘어, 이번 회기의 일정은 빽빽하다. 몇몇 회의는 뉴욕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유엔 80주년 기념식) 9.22.(월) 각국 정상들은 80년간의 평화유지, 인권 조약, 개발 프로그램을 되돌아보고, 체제가 여전히 효과적인지 논쟁할 것이다. 향수와 함께 날카로운 비판도 예상된다.
(베이징+30 성평등 회의) 9.22.(월) 30년이 흘렀지만 격차는 여전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유엔 총회에서 데뷔한다.
(기후 정상회의) 9.24.(수) 브라질 COP30을 앞둔 중대한 전주곡이다. 각국 정상들은 강화된 국가 기후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총회를 열고 COP30을 주최하는 브라질, 그리고 룰라 대통령은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을 것이다.
(지속가능 글로벌 경제 정상회의) 9.24.(수) 2024년 ‘미래 협정(Pact for the Future)’에 따라 마련됐다. 수조 달러에 달하는 SDG 재원 격차가 쟁점이다. 다자개발은행 개혁과 부채 경감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다.
(비전염성질환(NCDs) 및 정신건강 회의) 9.25.(목) 전 세계 사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전염성질환과 만성적으로 저평가된 정신건강. 유엔은 “야심적이지만 실현 가능한” 정치선언을 약속한다. 진짜 시험대는 자금이 뒷받침되는지 여부다.
(AI 거버넌스 글로벌 대화 출범) 9.25.(목) 인공지능은 더 이상 “신흥 기술”이 아니다. 유엔은 글로벌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한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핵 군축) 9.26.(금) 군비통제 틀이 무너지는 가운데, 정상들은 기존 약속을 재확인한다. 상징은 중요하지만, 약속은 미약할 수 있다.
총회장 밖에서도 다양한 무대가 열린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지속가능발전 임팩트 회의(9.22.~26.)는 장관, CEO, 활동가를 불러 모은다. 빌 게이츠 재단의 골키퍼스(Goalkeepers) 행사와 Her Power @ UNGA80 같은 프로그램도 더해진다. 많은 협력, 자금, 연대가 본회의장이 아닌 이런 주변 공간에서 탄생한다.
이번 총회의 쟁점은 이미 뚜렷하다.
(전쟁과 평화) 우크라이나, 가자, 수단이 연단을 지배할 것이다. 특히 가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이 신뢰를 시험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프랑스의 2024년 발표에 이어 호주, 캐나다, 포르투갈, 몰타가 승인을 저울질하고 있다. 영국은 머뭇거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대한다.
(트럼프 변수) 미국 대통령이 유엔에 복귀한다. 2018년 그의 허풍은 웃음을 샀지만, 이번에는 각국이 신중히 듣고 관계를 조율할 것이다.
(미국–브라질 관세 분쟁)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은 연설에도 반영될 수 있다. 특히 브라질이 전통적으로 첫 연설을 하고, 미국이 이어 연단에 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리아의 복귀)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9월 24일 연설할 예정이다. 수년 만에 시리아 정상의 연설로, 상징성과 논란이 교차한다.
(글로벌 불평등) 도서국과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기후 불공정과 재원 격차를 강조할 것이다. 부채 경감과 기후 보상 요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총회의 역설은 여전하다. 결의는 구속력이 없고, 선언은 종종 무시된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나라가 한 표와 한 목소리를 갖는 유일한 무대다. 여기서 세계인권선언(1948)이 채택되었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 2015)가 탄생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냉정하다. SDG는 3분의 1만 진전했고, 5분의 1은 후퇴했다. 몇몇 지역의 기아는 줄었지만, 가자에서는 영양실조가 악화되고 있다. 불평등은 심화되고, 기후 약속은 지연되며, 디지털 격차는 여전하다. 2024년 ‘미래 협정’은 진전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행은 더디다.
유엔 80주년은 축제가 아니다. 그것은 심판의 순간이다. 강대국 경쟁은 돌아왔고, 제도에 대한 신뢰는 얇아졌다. 지구의 한계는 이미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기후, 팬데믹, 인공지능, 핵 위협은 국경을 초월한다. 어느 수도도 홀로 감당할 수 없다.
총회는 불완전하지만 필수적이다. 극장이자 실험실, 그리고 고백의 장이다. 제80차 총회는 전쟁을 끝내지도, 굶주림을 없애지도 못한다. 그러나 규범을 세우고, 연대를 짜며, 자금을 움직이고, 다자주의라는 위태로운 아이디어를 살려낼 수 있다. 베어보크 총회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모든 나라가 의석과 목소리를 가진 곳이다.”
분열된 세계에서 이 원칙은 더 이상 과거의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전략이다. 그리고 80주년의 유엔에게, 그것은 존재 가치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총 7편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유엔 총회에 대해 글을 연제 했는데,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다. 2011년 제65차 회기 ~ 2017년 제71차 회기(총 7번) 동안 칠레 VIP(국가원수)의 의전 경험을 토대로 작성했다. (내가 근무했던 시절과 현재 총회 규칙과 절차가 차이가 날 수도 있음.)
1편은 유엔 총회 의장 선출
2편은 대표단 참석 및 신임장 제출
3편은 유엔 총회 의제 및 결의안
4편은 주요 위원회 및 고위급 주간
5편은 유엔 총회 회의 기록 및 의전
6편은 유엔 총회 뉴스 및 미디어
7편은 경험 및 교훈
유엔에는 일반 토의 전용 웹사이트가 있는데, 독자분들은 다양한 언어로 된 연설문과 녹취록을 찾을 수 있고, 라이브 시청도 할 수 있다. (https://gadebate.un.org/en)
사진 출처: 개인소장, 유엔사무국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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