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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pr 18. 2024

2023년 12월 7일 우리 집 흔한 저녁 풍경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


12살 씩씩이


14살 새롬이


퇴근해 저녁을 준비하는데 두 녀석이 아주 편안히 자고 있네요.

 이런 풍경이 14년째 익숙한 우리 집 그림이에요. 오랜 시간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은 제 몸의 일부처럼, 때로는 공기만큼이나 너무 익숙해서 어느 때는 녀석들의 존재조차 잊을 때가 있었어요.


형제가 없었던 딸한테는 동생이었고 아들이 없는 저한테는 아들이었고 외로울 땐 절친이었고 운동할 때는 제 트레이너였어요. 또 세상 속에서 상처받고 힘들 때 녀석들을 품에 안고 체온을 나누면 그 누구의 위로보다 큰 힘이 되었어요.


4개월에 제게 와 이제 14살이 되는 새롬이, 3살에 제게 와 12살이 되는 씩씩이.

저도 세월이 흐르면서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녀석들도 어느새 할아버지견이 되어 진했던 갈색털이 많이 옅어졌네요.  


산다는 건 끊임없이 이별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 같아요.


한때 가까웠던 사람들과도 인연이 다 하면 이별하고 나 자신과도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이별하고 있잖아요.

내 젊음과도, 내 건강과도, 마지막은 죽음으로써 내 몸과도 이별하고요.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저랑만 이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도 이별의 과정을 겪고 있었네요.


울창한 여름을 보낸 나무가, 또 예쁜 꽃밭을 수놓던 만발했던 꽃들이 계절이 지나 잎을 떨구어도 슬퍼하지 않는 것처럼 저도 녀석들과의 이별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려 노력 중에 있어요. 요즘처럼 녀석들과의 시간이 1분 1초가 아쉽고 아까웠던 적이 없어요.


이별 앞에 무작정 슬퍼하기보다 그래도 내 손으로 사랑하는 아가들을  보내줄 수 있어 감사하다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새롬아. 씩씩 아. 엄마 삶에 짜잔 등장해 주어 고마워. 너희들이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할 수 없는데 ᆢ

엄마는 죽음은 단지 삶의 공간만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 지상의 삶에서 천상의 삶으로!!!

그러니 엄마도 조금만 슬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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